
먼저 중학생 참가자 27명이 △나의 꿈(10년 후 내가 소망하는 세상 등) △감동적인 순간(행복했던 때, 잊지 못할 추억 등) △내가 존경하는 인물 △가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상 △21세기 지구문제와 나의 역할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에서의 인간의 역할 8개의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유창한 영어로 발표했다. 마치 다들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상당수가 고액 사교육을 받았거나 해외 체류 경험이 없었다.
결선 참가자들의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심사 결과 중학생 그룹에서 각각 1등과 2등을 차지한 이주홍(서울 서초중 2학년), 이은섭(경북 김천 링컨중 2학년)군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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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홍 군 |
‘What can I do to help you?’(남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제목의 발표를 한 이주홍 군은 양보하고 배려하며 조건없이 베푸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등을 전해 호평을 받았다. 주홍 군은 “원래 이기적인 성향이었는데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의 저서 ‘Give and take’를 읽으면서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기쁘다는 것을 깨달은 뒤 이런 주제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를 잘하게 된 계기로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한글 책이든 영어 책이든 많이 읽어주셨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영어 책과 CD를 빌려와 다 읽고 반복해서 들으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읽히게 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영어 독해는 잘 하시지만 말하기는 약한 아버지께서 ‘영어 독해는 누구나 공부하면 다 할 수 있는데 말하기는 다르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매우 중요한 무기이자 의사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는 말씀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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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섭 군 |
이은섭 군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Compliment Addiction’(칭찬 중독) 제목의 발표를 했다. 은섭 군은 어려서부터 다재다능해 부모님은 물론 주위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은 게 독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 잘 난 사람인 줄 알고 친구 등을 무시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했고 중학생이 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어느날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심지어 한 친구는 나 때문에 전학가고 싶어할 정도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많이 뉘우쳤다”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다녔던 은섭 군은 방과 후에 횡성군이 운영하는 유치원 인근의 영어체험센터에 가서 원어민과 어울리는 게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영어체험센터를 이용했고, 매일 1시간가량 영어 비디오나 프로그램을 보고 발음 등을 따라 하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고 한다.
◆“기계적인 학교 영어교육 문제 개선해야”◆
두 학생은 현행 영어교육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은섭 군은 “초등학교 때 영어를 배우는데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규정해서 가르친다. ‘플리즈’(please)는 ‘제발’이라고. 그러니 다른 나라에서는 플리즈를 다양한 상황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는 구걸하는 것처럼 생각해 잘 못쓰고. 또 한국어 억양이 아니라 실제 억양으로 영어를 말하면 학생들끼리 놀리는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 엄청 영어 공부를 해도 제대로 된 영어 말하기를 할 수 없다”며 “외국인들의 실제 소통방식을 알려주는 영어교육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홍 군은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도 선진국 등 국제적 동향을 교육해서 글로벌 시각을 확장해줘야 한다”며 “그러면 학생들이 꼭 한국에서만 살 게 아니라 해외로 나가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꿈도 키우고 도구가 되는 영어를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IYF 영어말하기대회 18년째◆
IYF는 청소년 인성교육과 사회봉사, 국내외 교류, 문화활동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갖춘 지도자 양성과 지구촌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2001년 설립된 범세계적 청소년단체이자 국제 NGO다.
설립 첫해 시작한 IYF 영어말하기대회는 뛰어난 발음이나 화려한 제스쳐보다는 원고에서 나타나는 깊은 사고와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표현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까지 17년간 중학생 1만1724명, 고등학생 9489명, 대학생 7009명이 도전했고, 올해도 전국에서 중·고·대학생 1315명이 참가했다.
IYF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를 국내와 멕시코, 아이티 등 저개발국가에서 인성교육이 연계된 영어 프로그램으로 열고 있다.
지난해 가장 인상 깊은 스피치로 대상을 수상한 배병현씨는 “입이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스피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IYF에 감사하고, 해외봉사를 하며 배운 나만의 이야기가 듣는 이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로 주목받아 뿌듯하다”며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무엇이든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마인드까지 얻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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