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죽을 때까지 VVIP 특실에서 대우"

고(故) 신성일(본명 강신성일·81)이 폐암 진단을 받은 지난해 그의 아내 엄앵란(본명 엄인기·82)은 수천만 원의 병원비를 부담했다.
지난 3월 MBC TV에서 방송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두 사람의 딸 수화 씨가 밝힌 내용이다.
수화 씨는 엄앵란이 신성일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이라고 표현하며 "내가 먹여 살려야 하고, 죽을 때까지 VVIP 특실에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 작은 방에 병원비도 없어서 돌아가시는 것 나는 못 본다. 내 남편이니까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동지'로 표현했다고 했다. 사랑과 원망, 슬픔, 연민 등이 함축된 뜻으로 보인다.

당시 절정의 인기에 있던 신성일은 영화에서 만난 톱스타 엄앵란과 지금도 고급 예식장으로 꼽히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결혼했다. 두 사람을 보러온 하객과 시민이 4천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확연히 다른 생활 습관 때문에 1975년부터 이미 별거했음이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밝혀졌다. 그리고 신성일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외도를 '자랑스럽게' 공개하면서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이혼한 줄 아는 사람도 많았지만, 엄앵란은 이혼만큼은 하지 않았다.

2013년 7월 채널A '명랑해결단'에서는 "과거 역술인들이 우리 두 사람의 궁합에 대해 제게는 최악이지만 남편에게는 최고라고 했다. 부모님도 결혼을 반대했는데 당시에 신성일에게 푹 빠져 있었기에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는,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결혼 생활의 뒷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도 "궁합이 안 좋다고 해도 부부가 서로 극복하며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신성일도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서로의 희로애락이 담긴 삶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동지'가 됐다.
엄앵란은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 말미에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변하지 않고 의지하는 기둥입니다."
결혼 생활 역시 영화처럼 보낸 두 사람은 신성일이 4일 병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