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의 ‘위대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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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이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이 표현돼 있다. 유리병은 100만년 이상 걸리고 스티로폼은 분해조차 되지 않는다. |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제품이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 시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순 없겠지만 숫자로 표시된 전시물을 통해 보니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일회용 종이컵은 20년, 비닐봉지는 30~40년, 플라스틱은 100년 이상, 알루미늄캔은 500년, 스티로폼은 분해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경기도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페트병의 위대한 탄생’에서 눈으로 생생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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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스트릿 브랜드 이스트인디고의 함민규, 장슬아 공동대표가 서울시 성동구 자동차시장길 서울새활용플라자의 가게에서 작업에 한창이다. 동방의 푸른빛이란 뜻의 이스트인디고는 폐기되는 청바지 원단을 이용해 가방, 모자 등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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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경란씨의 작품 '끝과 시작 사이'. 막걸리 페트병으로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었다. |
지금은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의 차원까지 확대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새활용이란 말이 생소하다면 업사이클이라고 하면 친근할까? 업사이클(Upcycle)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재활용, Recycle)이 합쳐진 말이다. 새활용은 버려지는 자원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예술성과 심미성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요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이란 말이 유행이다. 시내 서점엔 소확행 관련 책들만 따로 모아둔 코너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소활행이란 말도 만들어내 봄 직하다. 소소하지만 새롭게 활용해 얻는 행복감 정도로 정의하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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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드는 파이어마커스의 김애리씨가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요즘은 제품군에 대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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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엄아롱씨가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만든 슬픈 표정의 북극곰. 지구온난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모습을 표현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 전시돼 있다. |
서울시 성동구 자동차시장길엔 서울새활용플라자가 자리 잡고 있다. 업사이클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경험해보고 제품들도 구입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17년 9월 5일 개관했으니 올해로 만 1살을 넘었다. 1주년을 기념해 자동차 해체쇼도 갖는 등 지난 9월 한 달 동안 새활용과 관련해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이곳엔 폐유리병을 이용해 시계 등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글라스본(Glass born), 사용하지 못하는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드는 파이어마커스(Fire markers), 우유팩으로 패션잡화류를 만드는 밀키프로젝트(Milky Project) 등 새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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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나는 유리'의 의미를 지닌 글라스본의 스튜디오에서 남금호 작가가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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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나는 유리'의 의미를 지닌 글라스본의 스튜디오에서 재활용해 만든 독특한 납작유리병에 멸종위기동물을 그려 전시한 작품. |
버려지는 자원들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다. 수명이 다해 버려지는 청바지 원단을 활용해 가방이나 모자 등 새로운 패션제품을 만드는 이스트인디고의 공동대표인 장슬아씨와 함민규씨가 말한다. “버려지는 것들을 새롭게 활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지만 과정은 꽤나 힘들었어요. 버려지는 청바지는 어디서 구하는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정을 알고 익히는 과정 등 모든 것이 서툴렀고 막연했지만 지금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이죠.” 소방호스로 제품을 만드는 파이어마커스의 김애리 매니저도 “가방 제품이 좀 다양했었는데 이젠 제품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사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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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나는 유리`의 의미를 지닌 글라스본의 스튜디오에서 재활용해 만든 독특한 납작유리병에 멸종위기동물을 그려 전시한 작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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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앞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 벤치. 자전거 부품들이 알록달록 벤치로 변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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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골판지(종이상자)를 이용해 멸종위기동물인 하마와 하마새를 형상화했다. 작품 제목은 공생. 서울시새활용플라자 1층에 있다. |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홍보하고 있는 이혜미씨는 “이곳을 찾는 시민들도 전시회를 보고 나면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고 하네요. 특히 어린이들은 페트병이나 유리병 같은 것들을 그냥 막 버릴 게 아니라 깨끗하게 씻어 내놔야 재활용할 수 있다는 걸 분명하게 인식하고 갑니다.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생각 변화가 뚜렷하죠.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은 유한하다는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보잘것없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소소한 새활용이나 재활용을 통해 지구를 살린다는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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