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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맥아더 동상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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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5 00:17:12 수정 : 2018-10-25 0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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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장군이 주도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훼손 행위가 계속될 것이라면 차라리 동상을 양도해 달라.”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논란과 관련해 2005년 9월 당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헨리 하이드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 내용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우리가 동상을 3교대로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신을 보냈다. 국회의원 33명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맥아더 장군과 유엔군의 숭고한 넋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며, 맥아더 장군 동상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영원할 것”이라는 서한을 보내 하이드 위원장을 달래야 했다.

인천 자유공원에 자리한 맥아더 동상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상이다. 작전을 지휘할 때처럼 망원경을 목에 걸고 먼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높이 5m의 이 동상은 인천상륙작전 7주년인 1957년 9월15일에 건립됐다. 맥아더 동상은 2004년부터 좌익 단체들의 철거 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반미 성향 단체 회원 2명이 23일 오전 3시쯤 맥아더 동상에 또 다시 불을 질렀다. 이 중 이 모(61)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오늘 미국인 더글러스 맥아더 동상에 두 번째 방화를 한다”고 적었다. 불 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마치 영웅 행세를 한 것이다. 목사인 이씨는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씨는 지난 7월 27일 오전 2시에도 맥아더 동상에 올라가 가져간 이불에 불을 붙이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당시 경찰은 이씨에 대해 방화죄 대신 처벌 수위가 낮은 미(未)신고 집회 개최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경찰은 “방화죄 요건인 ‘공공의 위험 발생’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경찰의 미온적 처벌이 이씨의 2차 방화를 부추긴 꼴이다. 경찰은 이번에도 공공의 위험을 가했다고 할 정도로 불이 번지거나 다른 사람이 다칠 가능성은 적었다고 두둔한다. 이씨 변호인이 할 말을 경찰이 대신하고 있는 격이다. 이러니 공(公)권력이 ‘공(空)권력’이란 비아냥을 듣는 게 아닌가.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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