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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탱탱볼 판매 페이지. 다이소몰 캡처 |
최근 ‘XX 탱탱볼’ 제품이 여성혐오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과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에 해당 제품은 매대에서 사라졌지만 성상품화 제품에 대한 비판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성상품화 제품을 두고 벌어지는 비판과 논의의 지점을 살펴봤다.
◆아이들 찾는 생일용품 코너에 여성 가슴 모양 ‘탱탱볼’
이번에 논란이 된 ‘XX 탱탱볼’ 제품의 판매자는 제품 판매 페이지에 “부드럽고 말랑한 촉감으로 한 번 손에 쥐면 절대 놓을 수 없는 마성의 XX 탱탱볼은 어느새 당신의 주머니 속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라는 노골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제품은 성인 인증 없이도 구매할 수 있었다. 다이소몰 외에 문구 전문 온라인몰 등에서도 판매되기도 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일었고, 고객센터에 제품 판매 중지 요청도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은 해당 상품의 의견란에 “성인용품 전문점에서나 팔 법한 제품이다” “명백한 여혐이다. 혐오스럽다” 등의 비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거센 비판에 지난 11일 다이소몰은 부랴부랴 상품 판매를 중지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가슴 마우스패드, 다키마쿠라”...암암리에 팔리는 성상품화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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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마우스 패드 판매 이미지. 구글 이미지 캡처 |
성상품화 제품이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슴 마우스패드’다. 손목이 닿는 부분을 여성의 가슴이나 엉덩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패드에 그려진 여성들은 대부분 흥분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성의 엉덩이 이미지만 주르륵 늘어놓은 데스크 매트도 있다. 모두 노출이 심한 속옷을 입고 있으며 팬티를 반쯤 내린 이미지도 있다. 전부 성인 인증 없이 쉽게 살 수 있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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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매트. 해당 온라인 쇼핑몰 캡처 |
‘다키마쿠라’는 대표적인 성상품화 제품이다. 끌어안고 잘 수 있는 대형 베개에 여성 캐릭터나 사진이 인쇄돼 있다. 옷을 벗고 있거나 야릇한 표정을 짓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가 멤버들이 그려진 대형 베개를 콘서트 판매 굿즈로 공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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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여자친구 굿즈.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아이들이 여성의 신체를 장난감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들 제품들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만 현행 법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제4조3항)에 따르면 청소년 유해물건은 청소년에게 음란성이나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거나 지나치게 성적 자극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는 물건이라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성인용품과 관련한 청소년유해물건은 △남성용 성기확대 기구류 △남성용 성기단련 기구류 △남성용 여성 성기자극 기구류 △남성용 자위행위 기구류 △여성용 자위행위 기구류 등 총 5가지다.
따라서 가슴 모양 장난감-마우스 패드, 베개류 등은 청소년유해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 “여성 신체를 장난감처럼 느낄 수 있어 대책 시급”
다만 성 의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쉽사리 성상품화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은 1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XX 탱탱볼’ 논란과 관련, “충격적”이라는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부장은 “성인용품점에서 팔 법한 물건이 아무런 규제 없이 온라인상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노골적인 형태의 여성 신체 모양 장난감은 여성에 대한 혐오-비화-대상화를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아동-청소년이 이러한 제품을 갖고 놀면 성인이 되어서도 성차별적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여성을 놀이기구, 소모품처럼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관련 기관의 즉각 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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