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붐비는 대중교통서 '등산 스틱'에 찔리고 긁혀 / 경사진 탐방로에서는 작은 실수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 탐방로 주변 나무는 '등산 스틱'에 찔린 듯 한 자국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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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에는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등산객이 배낭에 끝부분이 금속으로 된' 등산 스틱'을 두 개를 꽂은 채 등산을 하고 있다. |
“아저씨, 등산스틱 위험하잖아요. 주변 사람도 생각해주셔야죠.”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에는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른 아침부터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도봉산을 찾았다. 도봉산역 앞 횡단보도는 큰 배낭을 멘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식당이 즐비했다. 식당 앞 도로에는 각종 식자재가 쌓여 있어 조심해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길 따라 등산객들은 큰 배낭을 멘 채 좁은 통로를 무리 지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에 떠밀려 걷던 민(여·38)씨는 배낭에 꽂혀있는 등산스틱을 보며 다치지 않으려고 했다. 앞에 걷던 등산객 3~4명이 멘 배낭마다 끝부분이 뾰족한 금속으로 된 60㎝ 길이 '등산 스틱'이 두 개 꽂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손잡이를 위로 올리지만 일부 등산객들은 뾰족한 금속부분 위로 꽂혀있었다. 민 씨는 앞질러 가고 싶었지만, 그 앞에 있는 등산객들도 배낭에 등산스틱이 꽂혀있어 포기해야만 했다.
이들은 주변을 전혀 의식 하지 않았다.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장난과 함께 몸을 휙휙 돌릴 때마다 뒤따르던 민 씨는 스틱에 찔릴까봐 조심 또 조심하며 조금 늦게 걷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참다못한 민 씨는 “아저씨, 죄송한데 등산스틱이 튀어나와 있어 위험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보았지만, 이들은 "이 길만 지나면 큰길이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며 무시했다. 민 씨는 “만약에 다쳤으면 어떻게 했겠냐” 며 “비록 짧은 거리지만, 무섭기는 마찬가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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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등산객이 금속으로 된 ' 등산 스틱'을 높이 든 채 등산을 하고 있다. 높이 든 등산스틱은 뒤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눈높이에서 움직이는‘흉기'나 다름없다. |
이날 도봉산 탐방로는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도봉산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 주변 나무 ‘등산 스틱’으로 난 상처로 보이는 자국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는 콕콕 찔린 자국도 나 있었다. 경사진 탐방로를 오르다 보면 일부 등산객이 뒷사람을 생각하지 않은 채 높이 들어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높이 든 등산스틱은 눈높이에서 움직이는 ‘흉기'나 다름없다.
도봉산 포대 정상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경험이 부족한 분들이 실수하는 것 같다“며 ”의도적으로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작은 실수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툭 튀어나온 ‘등산스틱’은 버스 안이나 붐비는 지하철에서는 그야말로 춤추는 ‘흉기’로 변한다. 등산객들은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서울 가까운 명산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산을 찾아 늘 붐비고 있다. 오전은 그나마 나은 실정. 오후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등산으로 흘린 땀과 역한 술 냄새 등이 섞여 버스 안과 지하철은 악취로 진동한다. 정리되지 않은 등산용 장비와 스틱 때문에 위협은 물론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주변 위협을 가해 사람들을 긴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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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등산객이 배낭에 끝부분이 금속으로 된 '등산 스틱'을 두 개를 꽂은 채 지하철 역사 내를 걷고 있다. |
7호선 지하철에서 만난 한 승객은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과거에는 지하철에서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종종 봤다. 귀찮다고 그냥 배낭에 꽂고 다니는데 그러다 사고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등산 스틱 뾰족한 부분과 날개 부분에는 각종 오물이 묻어 있어 씻지 않은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변 승객들이 다치거나 옷·가방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 벌어 질 수도 있다.
다른 한 승객은 "특히 몸을 못 가누는 등산객들을 볼 때마다 불안 불안하다며 가끔 가슴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요즘 같은 단풍철에는 평일과 주말마다 이 구분 없이 ‘민폐’ 등산객이 지하철을 이용해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고 했다.
한 산악 전문가는 “몇몇 등산객들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 ‘나만 편하면 돼’라는 생각을 버리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안전수칙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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