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파악·조직 장악 시간 확 줄이고/정부·국회 사이 의사소통 수월 장점/장관직 집중하면 의원직 소홀 불보듯/다음 총선 출마 땐 ‘단명 장관’ 등 문제
독립 기관인 의원이 대통령 밑으로/청와대 결정에 이의 제기하기 곤란/입법부의 행정부 종속 문제 가속화/겸직 금지 개정안, 소위도 통과 못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2020년 4월 열리는 차기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상 90일 전에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유 후보자가 임명돼도 최장 1년 3개월 장관직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최선을 다해 장관직에 임하겠다”며 어물쩍 넘어갔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이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지난 5월14일 김부겸, 김영주,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등 국회의원을 겸임하고 있는 장관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를 위해 출마하는 현직의원 사직서 처리 목적으로 본회의를 열자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원 전원에게 총동원령을 내렸고 장관들도 대상이었다. 현직 장관들이 각자 일정을 버리고 본회의장에 나타나면서 가까스로 의결정족수가 맞춰졌고, 본회의 표결에서 의원 사직이 통과됐다.
#지난 5월14일 김부겸, 김영주,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등 국회의원을 겸임하고 있는 장관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를 위해 출마하는 현직의원 사직서 처리 목적으로 본회의를 열자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원 전원에게 총동원령을 내렸고 장관들도 대상이었다. 현직 장관들이 각자 일정을 버리고 본회의장에 나타나면서 가까스로 의결정족수가 맞춰졌고, 본회의 표결에서 의원 사직이 통과됐다.

정치인들이 국정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조직 장악력도 뛰어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대통령제에서 의원·장관 겸임은 입법부의 행정부 종속화를 심화시키고, 삼권분립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제가 원칙이지만 행정부의 법안 발의권이나 국무총리의 내각 통할권 등 내각제 요소를 일부 포함하고 있다. 의원의 장관 겸임도 내각제 요소다. 그러나 정작 우리 헌법은 겸임 허가를 못박지 않고 있다.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이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만 하고 있다. 국회법 29조가 금하는 직종을 적시한 조항인데 여기에 ‘국무위원’ 조항이 없다.
국회의원 겸직 허용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안 때 도입되면서 물꼬가 텄다. 노무현정부 들어 의원들의 장관 겸업이 활발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해찬·한명숙 등 현직의원이 국무총리를 맡았고 김근태, 유시민, 정세균, 정동영, 천정배 등 당시 여당 핵심의원들이 장관을 역임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에도 의원 출신 장관들이 중용됐다. 청문회 ‘의원불패’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의원 출신 장관을 역임했던 정치인들은 “장단점이 있지만 마냥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명박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진수희 전 의원은 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나도 일하기 전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해보니 훨씬 효과적인 면이 많다”며 “업무파악이라든지 조직장악에서 시간이 훨씬 세이브될 수 있고, 정부나 국회와의 의사소통도 외부인 출신 장관보다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에서 두 차례 장관직을 지낸 유일호 전 의원은 “장단점이 있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며 “국회와의 소통이나 법안 통과에서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고, 정치적 시각으로 행정을 볼 수도 있어서 정치에 함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율적인 정책집행보다는 단점도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우선 장관직에 집중하다 보니 의원직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생긴다. 지역구 관리가 어려워진다.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지 못하는 등 의정활동이 사실상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장관 출신 국회의원이 다음 총선에 나올 경우 자연히 임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책 집행에 성과를 내기 위해선 2∼3년이 걸리지만 장관 임기는 1∼2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의원내각제에서 각 부 장관은 총리(수상)와 주종관계가 아니다. 각 부 장관은 총리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장관과 총리 모두 총선이라는 ‘같은 선거’를 통해 같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반면 대통령제에서 장관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사실상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다 보니 장관이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경우가 나오기 어렵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통화에서 “내각제 국가에서는 장관을 ‘Minister’라고 표현하지만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장관을 ‘Secretary’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비서’라는 뜻”이라며 “대통령제 국가에서 장관은 참모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참모를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입법부의 행정부 종속 문제도 심각하다. 장관직을 원하는 여당 의원들로서는 청와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겸직 금지를 추진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현실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2017년 냈지만 법안은 소관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도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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