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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5년·벌금130억…11년 버텨 온 MB의 ‘회피 화법’은?

입력 : 2018-10-05 15:53:41 수정 : 2018-10-05 16: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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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시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올해 5월 檢 바라보며 “다 아는 사람들이구먼” / 9월 최후진술 “저는 그런 사람 아냐” / 法, 1심 징역 15년·벌금 130억원 선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는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을 선고했다.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MB)에 대한 1심 선고에서 “피고인이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날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수수 등 16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국민적 의혹은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제17대 대선 후보였던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이 11년간 어떤 말로 혐의를 부인해왔는지 짚어봤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2007년 8월6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경선후보 8차 연설회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는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후보가 연설 내내 이 후보를 몰아붙이자 그는 “지난 6개월간 온갖 음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언제부터 한방에 간다 한방에 간다 했지만 그 한방은 허풍”이라고 꼬집었다.
2007년 8월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남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한 달 전인 7월초 대검찰청은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의혹 관련 선거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했다. 의혹은 선거 기간과 맞물려 점차 이 후보의 목줄을 조여왔다.

이 후보는 이에 경선 디데이 3일 전인 8월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도곡동 땅은 하늘이 두쪽 나도 제 땅이 아니다”라면서 박 후보를 향해 “정상적인 투표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 정권의 공작에 편승해서 경선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세 달여 뒤인 12월 5일, 특수1부는 이 후보의 BBK·다스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두 주 뒤인 19일 이 후보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내 주변 비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밤잠을 설친다”

이 대통령은 2012년 2월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당시 친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 보좌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청와대의 김두우 전 홍보수석과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측근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된 데 대한 심경을 피력했다.
2012년 2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머리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챙기지 못했다”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4개월 전인 2011년 10월초 내곡동 사저 관련 첫 언론보도가 이어졌고, 보도 3일 만에 이 대통령은 사저 부지를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저 구입과 관련해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등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였다.

그러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은 오히려 거센 후폭풍을 불렀다. 이 대통령의 발언 어디에서도 ‘사과’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공개적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구상찬 의원은 “차라리 기자회견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정두언 의원은 “세상에 이렇게 민심을 모를 수가”라고 말했다.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정신으로 특검을 임명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10월5일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의 입을 빌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통합당이 야당 성향이 강한 두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해 이틀 전 특검 임명을 거부했던 이 대통령이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현직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한다는 후폭풍을 정면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따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2년 10월25일 이광범 특별검사의 출근길(왼쪽)과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의 출석 모습. 연합뉴스

임명 뒤 11일이 지나 공식 수사를 개시한 이광범 특검팀은 다음날 이상은 다스 회장 서울 자택, 경남 경주의 다스 본사와 숙소 등 6곳에 압수수색했다. 10월25일에는 아들 시형씨를 소환해 15시간 ‘릴레이 조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특검팀은 한 달 뒤 시형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경호처의 김인종 전 처장, 김태환 전 행정관, 심형보 시설관리부장만을 불구속기소 했다. 약 1년 뒤 대법원은 김 전 처장과 김 전 행정관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심 부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 선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보다 3개월 앞선 2월24일 제17대 대통령에서 퇴임했다.

◆“文정부 적폐청산 행태, 정치보복이라는 의심 들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12일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정권교체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반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난해 11월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 중 하나”라면서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중차대한 시기에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 “안보·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태” “세계 경제 호황 속 기회를 잡아야할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을 향해 “대한민국을 발전시켜나가고 번영시켜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국 한 달 전인 10월 16일 서울중앙지검은 다스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재고발된 이 전 대통령 사건을 첨수1부에 배당했다. 12월6일 검찰 내 ‘다스 수사팀’이 공식 출범했고, 다스 본사와 이 전 대통령의 영포빌딩 서울사무소 및 양재동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국정원 기조실장 독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정치보복’ 발언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언론 노출 빈도수가 부쩍 늘어났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16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내 이같이 말했다. 같은 날 오전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가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2008년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하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 상납 관련 대면보고를 한 정황을 최근 파악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다. 이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공범으로 가는 길목에 불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전보다 한껏 발언 강도를 높여 대응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표적 수사·짜 맞추기 수사이며 퇴행적인 정치공작”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13년 퇴임 후 1844일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지난 3월1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라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5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 자리였다.
지난 3월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스 수사팀은 지난해 12월초 출범 이후 수차례의 압수수색과 연이은 이 전 대통령 측근 소환으로 이 전 대통령의 목을 서서히 조여왔다. 21시간의 밤샘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진행됐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 후 5일만인 3월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일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미리 친필로 3장 분량의 입장문을 작성한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3월2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특히 대통령이 돼 ‘정말 한번 잘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재임 중 세계 대공황 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며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 가족의 고통이 줄었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검찰 차를 타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갔다. 수인번호는 716번.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지난해 박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다 아는 사람들이구먼”

이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5월23일, 서울중앙지법 법정 안으로 들어온 이 전 대통령은 건너편에 앉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 등 검사 측을 쳐다보며 이같이 말했다. 구속 62일만이자 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은 지 꼭 1년 만이었다.
지난 5월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SBS 방송화면 캡처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이 전 대통령은 12분간 모두진술을 쏟아냈다. 그는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다스”라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또 “다스는 형님 이상은씨의 회사이다” “30년간 (다스 관련)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게 정당한가 의문이 든다”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

이 전 대통령은 지난 9월6일 26회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부정부패 등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9월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삶을 되뇌었다. 그는 “어린 시절 혹독한 가난 속에서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고, 젊은 날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운동에 앞장서 감옥에 갔지만 불의와 타협하거나 권력에 빌붙어 이익을 구하지 않았다”라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역사상 최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뇌물을 대가로 삼성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터무니없는 의혹” “형님과 처남이 33년 전 설립한 다스를 제 소유라 주장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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