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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탁상행정"…동호인들 뿔났다 [이슈+]

입력 : 2018-09-30 19:29:55 수정 : 2018-09-30 20: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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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들 법개정안 시행 비판 / “전용도로 등 제반 여건 부족 상황 / 사고 때 개인에 책임 돌리려는 것” / 의무화한 국가 소수 등 주장 반발 / 정부 “단속하지 않을 것” 진화 불구 / 정치권 “의무화했으니 단속해야” / 일각 “공론화 안거쳐 반발 더 키워”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8일 시행되자마자 자전거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겨우 불씨를 지핀 자전거 이용 문화에 정부가 외려 ‘찬물’을 끼얹은 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헬멧 의무화 조항이 없는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를 들어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높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사흘째인 30일 서울 여의도 공원 내 자전거 대여소에 헬멧이 비치되어 있다.
이재문 기자
헬멧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맨머리 유니언’ 등 10개 단체는 개정안 시행 이튿째인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헬멧 의무화는 자전거 이용 실태를 고려치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항의 뜻으로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자전거로 도로를 주행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도 ‘정부의 의도가 궁금하다’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안전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됐음에도 왜 이렇게 반발이 거셀까. 시민 의견을 종합하면 일단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일상에서 매순간 헬멧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데다 ‘간편함’을 모토로 한 공공자전거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공유 헬멧’은 수량이 극히 적고, 그마저도 도난 문제로 몸살이다.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나라가 드물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영국을 비롯한 주요 유럽국가에서는 자전거 헬멧 착용을 ‘권장사항’ 정도로 여기고 있다. 의무 규정이 있는 국가는 호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미성년자가 적용 대상이다.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15% 이상인 일본 역시 13세 미만만 헬멧 착용이 의무다. 멕시코의 경우 ‘공공자전거 활성화’를 이유로 의무 조항을 폐지시켰다.

맨머리 유니언 공미연 활동가는 “자전거 도로 등 제반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결국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며 “헬멧 착용을 생활화하고 있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단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법으로 의무화한 마당에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설령 정부 말대로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지우고, 혼란만 가중시켰단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캠페인으로 할 법한 일을 굳이 법으로 의무화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공론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점이 반발을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전거 사고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점 등을 근거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먼저였다는 것이다. 공 활동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조치임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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