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저는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국민청원서 속내 밝힌 여학생

입력 : 2018-08-30 20:21:38 수정 : 2018-08-30 21:00:42

인쇄 메일 url 공유 - +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느 중학생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트렌스젠더는 동성애자가 아니라면서 정신적 성(性)과 신체적 성이 일치하지 않아 괴로워하는 사람이고, 에이즈 발생 여부는 청결과 자신의 행동에 따라 달려있다는 게 중심 내용이다.

A씨는 게시물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차성징과 함께 가슴이 나오는 것이 정말 싫었다”며 “같이 놀던 남자애들은 허리도 쫙 펴고 다니는데 저는 가슴이 튀어나와 보이지 않으려 매일 허리를 숙인 채 구부정한 자세로 다녔다”고 운을 뗐다.

A씨는 “5학년 2학기가 시작했을 무렵 첫 생리를 하게 되었고 며칠 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은 채 계속 울었다”며 “계속 괴로워하며 살았고, 키도 크지 않아서 정말 걱정이지만 남자가 된다면 아무런 걱정 없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단지 꾸며낸 말이라기에는 구체적인 속내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성전환 수술을 염두에 둔 듯 A씨는 “트렌스젠더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성이 맞지 않는 것뿐”이라며 “동성애자를 싫어한다는 게 아니라 트렌스젠더인데 동성애자 취급을 받는 게 싫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트렌스젠더는 자신의 정신적인 성에 맞는 성으로 살아가고 싶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성과 사랑에 빠지고 싶은 것”이라며 “이글을 쓰면서도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게 슬프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문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에이즈와 관련해 A씨는 “에이즈는 동성애자끼리 성교를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청결을 지키고 서로가 조심한다면 에이즈가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고 이런 글을 올려서 죄송하다”며 “대부분의 사람과 성적 지향이 다른 것이지 이상하고 잘못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라는 ‘동물’이며, 동물 중에서도 특별한 동물이 있듯 사람이 사람에게 차별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A씨는 “대부분의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표를 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글을 맺었다.

 
지난해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김애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주최 ‘성 평등 교육정책 연속토론회’에서 발표한 ‘학생의 성 권리 인식 및 경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구가 트렌스젠더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632명 중 34.5%가 “전과 다름없이 지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2017년 7월4일부터 같은달 19일까지 국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종 응답 대상 학생은 664명이었다.

상관없다는 응답자는 28.3%(179명)이었으며, 전과 다름없이 지낸다는 응답자는 34.5%(218명)로 나타났다.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응답자는 13.0%(82명)였으며, 절교하거나 거리를 둔다는 학생은 24.2%로 조사됐다.

당시 설문조사를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런 설문조사가 옳으냐”와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는 의견 충돌이 일었으며, 일각에서는 ‘성소수자’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념을 논하려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같은 분위기는 여전히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