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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사기도박 현장에서 압수한 물품. 전남지방경찰청 제공 |
경기가 나빠질수록 일확천금을 노리고 도박에 빠지는 이들이 불어난다고 합니다. 남의 돈이 아닌 본인의 돈으로 도박을 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외국 중에는 카지노가 관광지로 합법인 곳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근로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도박을 불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도박죄는 재물이나 재산상으로 이익이 되는 금전적 조건을 걸고 노름을 하는 범죄로, 단순 도박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상습 도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합니다(형법 246조).
도박죄는 다음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때 성립됩니다. 첫째 ‘우연성’에 의해 승부가 가려져야 합니다. 조작된 도박은 우연히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사기이기 때문에 도박죄가 아니라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둘째 두사람 이상 참여해 어떤 이는 재물을 잃고, 어떤 이는 얻는 형태가 돼야 합니다. 셋째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걸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을 걸어도 도박죄가 성립됩니다. 보통은 돈을 걸지만, 가령 자동차 출고 의뢰서나 인감증명서 등을 걸어도 도박죄가 성립하는 것이죠.
한편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즉 속여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하는데,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도박죄는 물론이고 상습 도박죄보다 훨씬 중합니다(형법 347조).
그렇다면 장비를 이용해 피해자를 속여서 도박으로 돈을 딴 A씨는 도박죄와 사기죄 중 어디에 해당할까요? 결론부터 보자면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도박죄는 우연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A씨는 장비를 이용해 도박판을 조작하였으므로 이 요건이 결여되어 성립하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실제 A씨에 대한 형사재판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최초 A씨가 재판에 넘겨질 때 사기죄와 도박죄 2가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처음 1시간 동안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도박을 한 행위에는 도박죄, 장비를 이용해 피해자를 속여서 도박을 한 행위에는 사기죄를 각각 적용한 것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았습니다.
이에 비해 대법원은 처음 1시간 동안 장비 없이 도박을 한 행위도 사기죄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A씨 일당이 사기도박을 숨기기 위해 얼마간 정상적으로 도박을 했다 해도 이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A씨의 행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만 성립하고 도박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1년 1월13일 선고, 2010도9330).
도박에 가담했다가 큰 돈을 잃고, 상대방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려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뜻을 이룬다면 상대방은 사기죄로 처벌되겠지만, 도박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상 정작 본인도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만 판돈의 규모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도박죄로 처벌하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자칫 상습 도박이라고 판단되면 상대적으로 중형을 선고받게 되는 등 이를 둘러싼 여러 법률적 쟁점이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ms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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