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단장은 툭 하면 ‘벗는’ 남자다. 야구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색 세리머니에 관중은 한바탕 웃어제치지만, 그의 남다른 야구 사랑에 가슴이 금세 젖어들고 만다. 이 단장은 KBO리그 SK 수석코치이던 2007년 5월 팀이 시즌 첫 홈 관중 만원을 이루면 하의 속옷만 입고 그라운드를 돌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공약을 이행했다.
이 단장은 20일 자신이 설립한 헐크파운데이션을 통해 “라오스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1승을 거두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또 한번 약속했다. 야구 불모지 라오스는 2014년부터 시작된 이 단장의 노력으로 지난해 9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에 가입했고, 이번 대회 예선 출전권을 얻었다. 21일 태국과의 1라운드 경기를 시작하는 라오스의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이다. 야구장이 단 한 곳도 없을 만큼 인프라가 열악하고 선수풀이 좁아 국제대회 경쟁력은 한참 떨어진다.
그런 선수들이 ‘아짠(스승)’이라 부르는 이 단장을 졸라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한 이유는 댐 붕괴라는 국가적인 재난을 겪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기 때문.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국민을 미소짓게 한다는 각오다. 이 단장은 “이 나이에 또 그런 세리머니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라오스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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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
한편 ‘쌀딩크’ 박 감독도 자카르타에서 거센 돌풍을 이어가 화제다. 박 감독의 지휘 아래 베트남은 지난 19일 ‘난적’ 일본마저 1-0으로 꺾고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16강에 안착했다.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 23세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에 이어 쾌거가 이어지자 베트남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박 감독에게 귀화해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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