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월은 전 세계적으로 바캉스의 계절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고대문명의 문화유적을 두루 갖춘 그리스는 누구나 꿈꾸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불타는 태양과 맑은 하늘, 검푸른 바다와 넓은 해변이 천혜의 자연을 뽐낸다. 해수욕을 즐기며 바라보는 신전은 그리스 신화라는 상상의 보고로 우리를 안내한다.
하지만 지난 2010년대 그리스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끈 것은 경제위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정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부채를 누적해 국가부도의 위험에 처했었다. 따라서 그렉시트(Grexit) 즉 그리스가 유로를 포기하고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시나리오가 유행했고,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통합의 거대한 성이 무너져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이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올 8월이 되면 ‘경제식민지’에서 탈피할 예정이다.
그리스의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한 것은 다름 아닌 관광 붐이다. 2010년 위기가 발생하던 해 그리스를 찾은 관광객은 연간 1500만명으로 이미 관광산업은 국가경제의 기반이었다. 2017년 관광객은 3000만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올해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은 더 늘어나 3200만명이 될 예정이다.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 지역의 정세가 불안해 테러리즘이 급증하면서 그리스로 인파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관광산업이 그리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나 되며, 신규 고용창출의 80%가 관광 부문에서 일어난다.
특히 에게해 키클라데스 제도의 작은 섬은 점점 많은 관광 인파에 콧노래를 부르지만 동시에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신들의 전쟁에서 헤라클레스가 거인족을 향해 던진 바위라는 미코노스는 인구 1만명 정도의 작은 섬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에 등장해 아시아 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친숙하다. 이 섬은 여름이 되면 인구가 15만∼20만명으로 늘어난다. 이에 대륙에서 경찰이나 소방수 등을 파견해야 하는데 워낙 주택 임대료가 비싸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집주인이 관광객 대상 단기임대에 재미를 붙여 기존 세입자들은 쫓겨날 지경이다.
하얀 벽과 푸른 창의 고상한 자태를 자랑하는 지중해의 보석 산토리니 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는 1만여 명의 주민이 200만여 명의 관광객을 책임져야 했다. 마구잡이 호텔 신축으로 자연경관은 파괴되고, 과도한 자동차 운행으로 대기 환경도 악화일로다. 또 물이 모자라 바닷물 담수화 공장을 계속 짓고 있다. 이곳에서도 현지 학교에 발령을 받은 교사들은 집세가 비싸 차에서 새우잠을 자곤 한다. 관광객의 로망이 주민의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이처럼 환경주의자의 배부른 불평불만이 아니다. 미코노스나 산토리니는 작은 섬이기에 문제가 보다 가시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만약 이런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키클라데스 제도는 주민은 없고 관광회사 직원만 가득 찬 크루즈 선처럼 변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리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몰려오는 관광객은 국가경제를 되살리고 부채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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