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월급을 받아 할머니까지 보살펴야 해 노래방 도우미 알바 자리를 뿌리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씨는 A씨가 막상 노래방 도우미 알바를 시작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시급 3만원 가운데 2만원을 수수료 명목에 가져간 것이다. 생각보다 수익이 많지않자 A씨는 몇 개월 후 노래방 도우미 일을 그만두겠다고 이씨에게 말했다.
이 때부터 A씨는 협박에 시달렸다. 이씨는 이미 A씨의 집 주소와 직장까지 개인 신상을 알고 있었다. 노래방 도우미 알바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A씨는 그만 둘 수 없었다. 노래방 도우미 일을 나오지 않으면 벌금도 내야했다. 벌금 명목으로 300만원까지 냈다. A씨는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면서 오히려 빚만 졌다.
도우미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된 최근 A씨는 이씨에게 그만 두겠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그만 두려면 1000만원을 내놓라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씨가 요구하는 돈도 줄 수 없고, 그렇다고 도우미 일을 계속할 수도 없었다.
이씨는 A씨가 말을 듣지않자 직장까지 찾아갔다. 이씨는 직장 동료들에게 A씨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했다며 소란을 피웠다. 그동안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동료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친한 언니 집으로 도망을 쳤다. 이씨가 시골에 있는 부모들에게 찾아갈 것이 두려웠다. 부모들이 이런 일을 알면 실망할 게 뻔했다. 고민을 거듭한 A씨는 결국 경찰서를 찾았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이씨를 공갈혐의로 입건하고 유사 범죄가 있는지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A씨가 범죄피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사람을 마주하기가 두려웠던 A씨는 아늑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마트폰으로 설문 항목에 답변을 표시해 경찰관에게 전송했다.
검사 결과 A씨의 심리·생리적 반응은 즉각적인 치유와 보호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임시 숙소를 마련하는 한편 이씨가 더는 A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광주 서부경찰은 지난 4월 트라우마 측정 검사를 도입하고 나서 12명의 범죄 피해자를 상담했다.
상담에 응한 피해자 모두 데이트 폭력을 당했거나 A씨처럼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을 지닌 여성이었다.
광주 서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 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21일 “제때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이 최선이나 저마다 처지 때문에 고민을 안고 있다면 트라우마 측정 검사라도 먼저 받아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범죄피해 트라우마 검사는 일선 경찰서 담당자와 통화 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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