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상가를 B씨에게 매도하기로 계약하고, 당일 계약금을 받은 다음 한달 후 중도금을 받았다. 이후 계약 이행이 지체되자 A씨는 다른 이에게 상가를 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겨줬다. 결국 A씨는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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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대법원은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처벌에 관한 공개변론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뉴시스 |
‘부동산 이중매매’란 동일한 부동산으로 둘 이상의 매수인에게 이중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이릅니다. 보통 부동산이 거래되면 계약 체결에서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매도인은 종종 다른 매수인에게 종전의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 이중매매의 문제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에 종전 매수인은 매도인을 배임죄로 고소하여 형사문제로 비화하기도 하는 만큼 부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해줌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죄를 뜻합니다.(형법 제355조)
법원은 이중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인지, 부동산인지에 따라 배임죄 해당 여부를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이라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타인에게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반면 매매의 목적물이 부동산이면 얘기는 다릅니다.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받았다면 잔금 수령과 동시에 상대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에 협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3자에게 처분하여 1차 매수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받지 못했다면 매도인의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합니다.(대법원 1998. 12. 13. 선고 88도750판결 등)
A씨 사례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징역 7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본격 이행되는 단계에서는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다. 이러한 단계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으며,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일각에서는 매도인을 피해자의 사무 처리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과 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해서는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 판결에 반대 의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의 특수성과 매수인 보호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종래 입장이 변경되지 않았음을 위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이 이미 다른 이에게 매도된 사실을 알고도 매도를 요청하여 매매계약에 이르게 하는 등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해 이루어진 이중매매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가 됩니다.(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55289 판결 등)
앞서 A씨도 B씨가 아닌 매수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하게 되었다면 결국 사법상으로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존재하고,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배임죄 성립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이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김용석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yongseok.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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