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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여혐 게임' 눈살…야동수준 광고에 '12세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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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7 06:00:00 수정 : 2018-06-07 0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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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투’ 열풍 등 성 인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게임업계에서 도 넘은 ‘여혐’(여성혐오)을 문제인식 없이 드러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거의 야동 수준의 광고를 전 연령대가 보는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게임 속 여성비하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감히 내 아이를 ‘바보’로 낳다니!”
논란의 중심에 선 게임은 ‘사극 RPG’(롤플레잉 게임) 장르다. 지난 4∼5월쯤 잇따라 등장한 ‘왕이되는자’, ‘역천’, ‘남자가 왕이다’ 등이 주인공이다. 표절 수준의 쌍둥이 같은 구성을 자랑하는 이들 게임은 왕조 시대를 배경 삼아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성적 대상화를 아랑곳없이 선보인다. 여성 캐릭터 옷을 벗길 때마다 자녀를 낳는데 그 아기에게 ‘바보’나 ‘못난이’ 등의 자질을 부여하는가 하면, 그런 자녀를 낳았다며 여성을 괴롭히는 데 이어 “멍청한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는 대사 등도 아무렇지 않게 뱉는다.

7일 해당 게임들의 유저 리뷰를 살펴본 결과 “장애인 자녀를 둔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아이는 혼자 낳느냐”, “폭력성 다분한 광고와 게임이 어떻게 12세 이용 등급을 받았나” 등 혹평이 가득했다.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 게임 소개 이미지들은 버젓이 ‘미녀를 수시로 소환하라’거나 ‘일부다처제를 경험하라’는 문구와 함께 선정적인 모습의 여성 캐릭터를 경쟁적으로 등장시켰다.

제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무용지물’로 보인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앞서 지난 4월 18일 제16차 사후관리심의회의에서 ‘왕이되는자’(개발사 CHUANG COOL Ent.) 게임물에 대한 광고 차단 조치에 들어갔다. 게임위는 여성 상품화 논란 등에 위법성(게임법 제34조 제1항 제1호)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유튜브 등에 퍼져버린 광고 등은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는 데다,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사극 RPG(역천, 남자는 왕이다 등)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등 도리어 확산되는 추세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로 눈길을 끌고, 다운로드를 유도한 뒤 게임 구성 등은 천편일률적인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 광고 속 여성 캐릭터들은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판다”며 거리에 나오거나 “말 잘 듣겠다. 내가 제일 어리다. 뭐든지 다 하겠다”며 구애하고, ‘예쁜게 죄’라며 감옥에 갇히자 “몸수색을 해달라”고 조른다.

◆광고만 단속하면 끝? 게임은 진짜 문제없나
당초 게임위에서는 ‘왕이되는자’ 광고를 차단하면서 “광고와 달리 실제 게임에서는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일단 연령등급 문제가 있다. 광고 차단 소동을 일으킨 ‘왕이되는자’는 우여곡절 끝에 ‘17세 이용가’로 등급 조정이 되었지만 같은 콘셉트와 구성을 차용한 ‘역천’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여전히 ‘12세 이용가’다. 뒤 이어 지난달 29일 게임에이지에서 출시한 ‘남자가 왕이다’(남성중심 육성RPG) 역시 12세다.

이들 게임은 공통적으로 미녀나 후궁, 기녀 캐릭터 등을 만나고 다니며 축첩하는 시나리오를 취한다. 그 과정에서 부여되는 주요 임무는 ‘침소들기’, ‘총애하기’, ‘선물 주고 친밀도 높이기’ 등이며 여성 캐릭터의 속옷차림과 달콤한 대사가 나오고 나면 곧 ‘우둔’한 자질의 ‘자녀탄생’을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더 많은 여성을 만나고 침소들기 횟수 등을 늘리려 현질(현금 과금)을 유도하는 식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논란이 될 만 한데, 최근엔 교묘하게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광고마저 내놓고 있다. ‘남자가 왕이다’와 동일한 게임을 제목만 바꿔 ‘여자가 왕이다’로 별도 출시한 뒤, “남자는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가 최고”, “현실 여자들의 질투에 시달리지 말고 왕이 되세요” 등을 문구로 내세웠다. 해시태그로 쓴 ‘살림하는데 돈까지 많으면 대박’, ‘여자의 적은 여자’ 등도 최근 떠오른 여혐 문화를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여자가 왕이다’는 왕으로 키울 플레이어를 여성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구성이 동일해 결국 여성과 여성이 결혼하는 설정이 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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