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일자리 예산으로 역대 최고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일자리 창출 실적은 예년과 별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재정 투입만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민간기업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일자리 예산은 본 예산 기준 17조736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9%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고려하면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예산은 18조285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본 예산을 기준으로 작년보다 12.6% 늘어난 19조2312억원이 일자리 예산으로 편성됐다.
이는 정부의 직접 일자리사업이나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 등에 투입되는 예산이다. 공무원 증원은 별도 예산이 투입된다.
적극적인 재정으로 고용 창출을 촉진하거나 경기 변동·구조적 변화로 인해 취약계층이 겪는 실업의 충격을 줄이고, 취업·고용 관련 기반을 지원해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일자리 예산 늘었지만 취업자 증가 미미
늘어난 일자리 예산에 비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55만2000명으로 전년 취업자 2623만5000명보다 31만7000명(1.2%) 늘었다.
2016년 취업자 수는 2015년(2593만6000명)보다 29만9000명(1.2%) 증가했다. 2015년 취업자 수는 2014년(2559만9000명)보다 33만7000명(1.3%) 늘어났다.
일자리 예산은 본 예산 기준으로 2015년 14조원, 2016년 15조8245억원, 2017년 17조736억원 수준이었다. 작년에 일자리 예산을 전년보다 7.9% 늘렸는데도 취업자 수 증가율은 1.2%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 셈이다.
실업자 규모로 본 고용 상황은 작년이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으로 2016년보다 1만6000명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연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자리 예산이 일자리 창출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직접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 수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선택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 구조를 개선하거나 기업이 성장 전망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우려가 있지만, 정부 대응에 따라서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재정 정책만으로 한계가 있고, 민간이 일자리 창출의 중심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자리 정책이 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직접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 한계 있어
정부가 올해 역대 최대 예산을 쏟아부어 지난해와 같은 3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건설투자 급감 등이 맞물리면서 일자리 만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일자리 증가 폭이 정부 전망치보다 최대 7만개 적은 25만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건설투자 급감과 맞물리면서 일자리 만드는 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정책은 근로조건 등 고용의 질은 개선하겠지만, 사업체의 비용부담을 확대해 고용의 양적 측면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장 정부도 올해 16.4%의 최저임금 인상은 적어도 3∼6개월간은 고용 감소를 초래하는 요인이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2007년 정부가 최저임금을 12.3% 인상한 뒤 이듬해부터 시행했을 때 3개월간 고용에 조정이 있었다. 앞서 지난 2000년 올해보다 더 높은 16.6% 인상했을 때는 6개월간 고용에 조정이 있었다.
다만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용감소 영향이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일자리 증가 규모가 정부의 예상치인 32만개보다 훨씬 적은 25만∼29만개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이 실현될 경우 올해 일자리 증가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7만2000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국내 일자리 규모는 △2010년 32만3000개 △2011년 41만5000개 △2012년 43만7000개 △2013년 38만6000개 △2014년 53만3000개 △2015년 33만7000개 △2016년 30만개 △2017년 31만7000개 늘어난 바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8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취업자는 약 29만6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궤도에 들어선 이래 가장 높은 최저임금 16.4% 인상은 일자리의 질이나 소득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고용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 "韓 청년실업 정책 회의적"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공공분야 위주 일자리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ADB는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에 구조적 원인이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민간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제안했다.
ADB는 지난달 발간한 ‘아시아 발전 전망 2018’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OECD 다른 국가의 개선 추세와 달리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경제 활력에도 원인이 있지만,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선제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DB는 한국 정부가 현재 취하는 청년실업률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ADB는 “한국 정부는 공공분야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청년 실업 문제를 완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공공분야 일자리만으로 늘어나는 구직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공공분야 일자리는 공공 서비스 수요에 맞춰서 계획돼야지 실업률 해소를 위해 동원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등 공공분야 일자리는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 데다, 실업률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ADB는 규제 완화 등 민간 일자리를 늘리려는 노력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DB는 “한국은 규제 완화 등 정책 노력을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워 민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교육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부양시키고, 직업교육 등을 통해 미스매치 문제를 줄이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020대가 대기업을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계청의 ‘201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13~24세)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25.0%)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18.2%로 그 뒤를 이었다. 선호직업 1·2위가 공무원과 공사·공단 등 공기업 직원이라는 것이다. 1년 전 선호도 2위였던 대기업은 3위로 밀렸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대기업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22.9%였던 대기업 선호도가 매년 떨어져 지난해 16.1%까지 낮아졌다.
현 2030대는 대기업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에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매년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공기업 시험에 매달리면서 상당한 국가적·사회적 기회비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청소년들마저 대기업보다 공기업을 택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라도 정부는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하고 충분한 보상이 뒤따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민간에서 만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에게 혜택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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