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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40년 만에 상금 5만배 늘어난 KLPGA, 세계 1위 투어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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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1 20:54:45 수정 : 2018-05-01 23: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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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여자프로골퍼’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
‘국내 1호 여자프로골퍼’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은 특유의 ‘맏언니 리더십’을 발휘해 동남아 시장을 구축해나가며 KLPGA가 전 세계 여자프로골프의 허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양주=하상윤 기자
“세계 넘버원! K! LPGA! 세계를 향해 힘차게 티샷∼.”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임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걸면 언제나 이런 가사의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KLPGA 투어가 세계 1등 투어가 되겠다는 염원을 담은 노래다.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올해로 태동 40년을 맞았다. 1978년 선수 8명, 3개 대회 각 총상금 50만원으로 시작한 여자프로골프는 올해 정규 투어만 30개 대회에 총상금 215억원으로 성장했다. 2부, 3부, 시니어 투어까지 합치면 총상금은 250억원에 달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총상금 약 700억원) 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총상금 약 300억원)에 이어 당당히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고 상금 규모만 뒤질 뿐 이미 질적으로는 일본 투어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박세리 25승, 박인비 19승을 포함해 LPGA에서 그동안 무려 192승을 합작할 정도로 투어를 주름잡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이처럼 세계무대를 호령하기까지는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선수를 공급하는 KLPGA 선수 육성 시스템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달 28일 40년 전인 1978년 5월 26일 제1회 여자 프로테스트에서 4명의 첫 여자프로선수가 탄생한 역사적인 장소이자 40회 KLPGA 챔피언십이 진행 중이던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옛 로열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에서 ‘국내 1호 여자 프로골퍼’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을 만나 한국여자골프가 걸어온 길과 ‘세계 넘버원 투어’를 이루기 위한 비전을 들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시작된 현장에서 40회 KLPGA 챔피언십이 열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KLPGA 회원번호 1번의 주인공인데, 당시 테스트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

“어느새 40년이 흘렀다. 이곳은 골프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라 각별하다. 골프장에 오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테스트 한 코스 중 1번 홀만 남기고 모두 바뀌어 예전의 모습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다. 프로골프협회가 주관한 남자 프로테스트 현장 한쪽에서 총 2라운드 경기에서 70대를 치는 선수를 뽑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17번 홀까지 3명이 동타를 이룰 정도로 팽팽했는데 내가 18번 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1위가 됐고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까지 모두 4명이 선발됐다. 그해 2차 테스트에서 김성희, 이귀남, 배성순, 고용학이 추가로 선발돼 1978년 한양컨트리 클럽에서 최초의 KLPGA 선수권대회가 시작됐다. 테스트 때 골프채도 없어서 골프연습장 회원 부인의 풀세트를 빌려서 나갔다. 풀세트를 써 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남자용 하프세트를 빌려서 연습했다. 샌드웨지가 없어서 벙커 연습은 9번 아이언을 썼는데 테스트 때 샌드웨지를 처음 사용해보니 너무나 쉽게 볼이 벙커를 탈출하더라. 스파이크도 없어서 빌려서 나갔는데 사이즈가 작아 뒤꿈치가 까여서 피가 흘렀다. 너무 아파 3번 홀 세컨드 샷부터는 이동할 때 벗어 들고 갔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 추억이 됐다.”
―프로골퍼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고3이던 1976년 서울 뚝섬 경마장에 취업반 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9홀짜리 골프장이 경마장에 있었는데 마침 남자협회에서 여자프로 육성을 위해 선수를 모집했다. 나는 중학생 시절 배구선수를 했는데 운동신경은 자신 있어서 지원했다. 처음 8명이 모였지만 힘들었는지 다 그만두고 나 혼자 남았다. 볼이 펑펑 날아가는 재미에 손이 까여도 반창고를 붙이며 2년 동안 지독하게 연습했는데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1호 여자프로골퍼로 KLPGA의 성장을 위한 사명감이 남다를 것 같다. ‘맏언니 리더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1996년까지 선수생활 하면서 협회 전무를 겸임했다. 2011년부터 상근 부회장을 맡고 있는데 사실 1호라는 점 때문에 협회를 더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골프사랑’을 적어 놓았을 만큼.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면 ‘왜 안 될까, 어떤 부분을 도와줘야 할까’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경기가 열리는 대회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선수들의 고충엔 지체 없이 조치토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여자프골프가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초기에는 상금 마련도 어려웠다. 당시 골프장마다 있던 숙녀회에서 십시일반으로 상금을 지원받아 대회를 치를 정도였다. 남자대회 마지막 조로 경기를 치를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고 남자대회 상금을 쪼개서 마련하기도 했다. 1983년도에 시즌 5개 대회를 내가 모두 우승한 적이 있는데 총상금이 970만원에 불과했다. 1984년 구옥희가 2주 연속으로 우승하며 한국여자골프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고 남자프로골프협회에 10년 동안 더부살이를 하다 1988년 독립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회 수도 늘기 시작했다.”

―KLPGA가 뛰어난 선수를 계속 배출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경쟁을 해야 하는 시스템 덕분이다. 2005년 드림투어와 점프투어를 만들었는데 모든 프로 선수가 1부 투어에 들어오기 전에 2, 3부 투어에서 1년 정도 의무적으로 뛰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1년이 지나면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게 되는 것 같다.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투자를 통해 미래의 자원들도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아마추어 경기인 회장배 대회와 삼천리 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중고연맹도 직접 지원한다. 아마추어 선수만 350여명이고 전체 선수는 240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프로 정회원이 뛰는 드림투어 대회는 한 해에 21개, 만 18세 이상이 참가하는 점프투어도 20개에 달한다. 우리의 드림투어와 비슷한 미국의 퓨처스투어 대회는 7∼8개에 불과하다. 드림투어 총상금도 올해부터 대회당 7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늘렸다. 이 중 총상금 3억원짜리 대회가 2개나 있다. 대회도 많고 상금도 높아 선수들의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고, 이는 뛰어난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해외 투어로 나가면 KLPGA 흥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가.

“사실 가장 심각한 고민이 스타 선수의 유출이다. 한때 정규투어 신인은 2년 동안 의무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규제조항이 있었는데 선수의 앞길을 위해 몇 해전 규제를 풀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동안 스타 선수가 해외로 나가더라도 걸출한 신인이 등장해 KLPGA의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매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수한 선수가 나가면 그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주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고민 끝에 빠른 선수 수급을 위해 올해부터 드림투어의 시드를 20명 더 확대했다.”

―정규 투어 등 대회를 더 늘릴 계획이 있는가.

“1년에 개최할 수 있는 대회 일정이 한계가 있어 정규투어 대회를 더 늘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상금 증액이 목표다. 전체적으로 상금은 매년 조금씩 증액되고 있다. 하지만 3년마다 후원 기업의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재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재계약 때가 다가오면 협회는 늘 비상이 걸린다. 후원사 관계자를 수시로 만나 스킨십을 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끊임없이 요청한다. ‘감성 마케팅’도 그 일환이다. 투어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회를 마치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생큐 카드’를 작성해 후원사에 보내는데 굉장히 고마워한다. 일례로 한 후원사는 본사 입구에 선수들의 생큐 카드를 내거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출전 선수들의 사인을 모두 담아 액자를 제작해 후원사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을 계속 선보여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다.”

―올 시즌 투어에서 뛰는 외국 선수들이 눈길을 끈다.

“해외 선수들에게 문호 개방을 확대하는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동남아시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인터내셔널 퀄리파잉을 통해 KLPGA에 뛸 해외 선수들을 뽑는데 올해 4회째를 맞았다. 작년까지 태국에서 41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100명 이상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명이 10대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었고 올 시즌에 이미 3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중 태국의 빠린다 뽀깐은 베트남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다. 또 상금을 올려서 투어 규모의 질을 높이면 LPGA에 진출한 선수들의 KLPGA 투어 출전도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서 세계 1위 투어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대담=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강춘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수석부회장은

●1956년 경기 김포 출생 ●성동여상 졸업 ●국제 사이버대 졸업●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1호 입회 ●협회 전무 ●협회 부회장 ●협회 수석부회장(2011년 3월∼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공동대표 ●서빙고 골프아카데미원장 ●우승이력 삼양오픈(1997년) 오란씨오픈, 동해오픈, 쾌남오픈,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이상 1983년) 동해오픈(1986년) 한국여자오픈(1987년) 챔피언경기(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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