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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의 원곡들을 쓴 작곡가 김형석은 “창작의 만족도는 주관적”이라며 “공들여 썼는데 히트를 못해도 그 작업이 부끄럽지는 않다. 정말 부끄러울 때는 대충 썼는데 히트했을 때”라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
시대와 호흡하며 사랑받아온 그의 곡들이 주크박스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로 태어난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만들어 5월 4∼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뮤지컬로 인해 내 곡에 더 큰 가치가 생긴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제가 쓴 음악들은 내 색을 띠기도 하지만, 가수가 스타가 되기 위한 조력자잖아요. 궁극적으로 가수를 위해 쓴 거지, 나를 위해 쓴 건 아닌 거죠. 뮤지컬에서는 제 곡들이 두어 시간의 이야기로 엮이고, 빠지면 절대 안 되는 곡들이 됐어요. 작곡가로서는 너무 고맙고 즐겁습니다.”
그는 그간 뮤지컬 제의를 고사해 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가 신뢰하는 박칼린 음악감독이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장을 강력 추천했고 마음이 움직였다. 곡 선정과 편곡은 제작진에 일임했다.
그렇게 추려진 24곡에는 김광석 ‘사랑이라는 이유로’, 박진영 ‘너의 뒤에서’, 성시경 ‘내게 오는 길’, 베이비복스 ‘킬러’, 김건모 ‘아름다운 이별’, 신승훈 ‘아이 빌리브’ 등이 포함됐다.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노래들이다.
숱한 명곡을 작곡한 비결을 묻자 그는 “안 해서 그렇지 작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영어를 잘하려면 미국에 가면 되잖아요. 작곡을 잘하려면 많이 듣고, 음악하는 사람과 어울리고 자극받고 음악의 문법을 공부하면 돼요. 작곡은 좀 다른 직업이긴 하지만 특별한 직업은 아니에요. 20대 때는 내가 특별한 줄 알았어요. 피아노 치고 실성한 것처럼 자유스럽게 곡 쓰고 술 먹고. 그런데 후에 알게 됐죠. 이게 특별한 직업이 아니구나. 실성한 게 아니라 성실하게 사는 게 중요하구나.”

젊은 시절 치기를 떠나보낸 그는 이제 자신에게 작곡이란 “숨 쉬고 밥 먹고 세수하고 이 닦듯이 자연스럽게, 그냥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내가 가진 가능성은 작곡가로서의 삶을 사는 것, ‘나는 이걸 하다 죽는 거야’임을 받아들이고 계속 곡을 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창작자는 외부 평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인기와 트렌드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진 못했다.
“그런데… 성공도 중요하지만 결국 성취감 아닐까요. 성공은 감정이 아니잖아요. 성공감이라 하지 않죠. 정확히 커트라인이 있어요. ‘나는 얘보다 잘해야 해.’ 반면 성취는 감이잖아요. ‘오늘 이 네 마디를 써서 너무 좋아’인 거죠. 예술은 성취감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결국 그게 저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요.”
그는 “히트곡이 오히려 갑옷이 될 수 있다”며 “곡을 쓰려면 외부자극을 다 받아들이는 전도체가 돼야 하는데 내 커리어에 갇히는 순간 그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형석은 콘텐츠업체 키위미디어그룹 회장, 실용음악 아카데미 ‘케이노트’ 대표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나는 사업가가 아닌 음악하는 사람”이라 여긴다. 그가 그리는 작곡가상은 전류가 흐르는 전도체처럼, 자극을 흡수해 곡으로 표현하는 인물.
“나한테 자극이 오면 음악으로 표현하는 마스터키를 갖고 싶어요. 이 문을 열고 댄스곡, 저 문을 열고 발라드를 하고 6살 딸을 위한 동요도 하는 거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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