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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요?] '테이블페이', 더치페이 문화 정착시킬 수 있을까

입력 : 2018-04-25 17:22:56 수정 : 2018-06-11 09: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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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카드사 더치페이 방식과 비교할 때 빠르고 간편
제휴 가맹점 극히 적어 …고객·가맹점 대상 홍보 절실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 ·서비스 ·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카드사들이 새로운 더치페이 문화를 주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따로 결제를 위해 줄을 설 필요 없이 테이블에서 카드결제로 더치페이가 가능하게끔 한다는 전략입니다. 바로 KB국민카드가 포스사인 '오케이포스', 핀테크업체인 '더페이'와 함께 선보인 '테이블페이' 이야깁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선보인 KB국민카드는 다른 카드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테이블페이 관련 서비스의 문을 열어뒀습니다. 새로운 더치페이 방법이 하나의 새로운 결제 문화로 자리잡으려면 모든 카드사 연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이 서비스를 검토중에 있거나 이미 검토를 마치고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KB국민카드는 단순히 더치페이 서비스 출시에만 의의를 두지 않고 '테이블 페이' 서비스 보편화는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결제문화를 정착하겠다는 포부입니다.
1인당 평균 3장에 이를 만큼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것처럼 테이블페이를 통해 새로운 결제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강한 의지입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더치페이 서비스 출시에 적극적인 것은 더치페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아르바이트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더치페이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75.1%가 '신용카드 더치페이'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7월 유권해석을 통해 더치페이 관련 규제를 풀어준 것도 서비스 출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존에는 카드빚을 다른 사람의 카드빚으로 갚는 방식이어서 '신용카드 결제'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금융위는 이를 '공동결제'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카드사들의 더치페이 서비스 출시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2016년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더치페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경우 이미 핀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가 만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2016년 중국 모바일 지급결제시장 규모는 5조5000억 달러에 이릅니다. 미국의 약 50배 규모입니다. "마카오로 여행을 갔는데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니 서랍 속에서 결제단말기를 꺼내더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 돼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지급결제 시장도 결국에는 중국처럼 실물카드가 자취를 감추고 모바일 지급결제가 결제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테이블페이 역시 앱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모바일지급결제입니다. 일종의 과도기적인 모습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서비스가 어떠한 것인지 체험해봤습니다.

◇ 프로그램 설치 없이 간편한 조작법이 장점 

저와 친구 두 명, 모두 세 명의 인원이 식당을 방문했습니다. 1만5000원짜리 샐러드 하나와 5000원짜리 크림생맥주 3잔을 시키니 모두 3만원이 나왔습니다. 주문을 하니 곧바로 점원이 테이블 위에 QR코드가 찍힌 영수증을 갖다줍니다. QR코드는 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를 말합니다. 길거리의 광고판에 정사각형 모양의 불규칙한 마크가 바로 QR코드입니다. 

저와 친구 두 명이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영수증에 찍힌 QR코드를 스캔하자 자동으로 총 금액이 적힌 결제창이 뜹니다. 결제인원을 3명으로 바꾸니 자동으로 금액이 1만원으로 바뀝니다. '동의하고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면 카드사를 선택할 수 있는 페이지가 뜹니다. 저는 KB국민카드, 친구 둘은 각각 하나카드와 롯데카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각자 사용하는 카드를 선택하니 기존에 휴대폰에 깔아두었던 앱카드가 뜹니다.  테이블페이로 결제한 내역은 모두 포스기를 통해 연결돼 식당 사장님도 결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각자 1만원씩 계산대에 가지 않고도 모두 계산을 마쳤습니다.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결제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돼 결제를 위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장점입니다.

KB국민카드는 무엇보다 이같은 편의성을 강조합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줄을 서서 결제를 기다릴 필요 없이 테이블에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인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 광화문·여의도 일대 등에서 테이블페이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게 KB국민카드측의 설명입니다. 

이 시간대에는 수백명씩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로 주변 식당가가 붐비면서 결제를 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각자 카드로 결제하게 되면 이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식당 사장님도,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다시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테이블페이가 활성화 된다면 획기적으로 이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 없이 바로 결제가 가능한 것도 큰 장점입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더치페이' 결제 서비스를 허용한 이후 일부 카드사가 관련 서비스를 내놨지만 대부분 카드사 더치페이 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해 번거로움이 많았습니다.

기존에 각 카드사가 내놓은 더치페이 서비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카드사간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내가 A카드를 쓰고 상대방이 B카드를 쓰더라도 테이블페이로 카드결제 더치페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기존에 출시된 더치페이 서비스는 한 사람이 대표로 결제한 뒤 모바일 앱을 통해 나머지 사람들에게 분담 결제를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보니 모두가 같은 카드사의 카드를 써야 더치페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7개 카드사가 존재하는 만큼 더치페이를 해야 하는 모두가 같은 카드일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그래서 KB국민카드는 테이블페이 서비스를 개방했습니다.  현대· 삼성· 롯데·하나카드 등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 가맹점 확대는 숙제…강력한 홍보 동반돼야

이처럼 테이블페이는 기존 카드사가 출시한 더치페이 서비스보다 범용화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KB국민카드는 테이블페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좀 더 강력한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테이블페이를 통해 고객의 휴대폰과 가맹점의 포스기를 연결한 데서 시작해 고객의 손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카드사에서 활발하게 추진 중인 O2O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최근 삼성카드는 실내 위치확인 기술인 비콘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입했습니다. 스마트오더는 고객이 휴게소 매장에 진입하면 비콘으로 삼성카드 고객의 스마트폰에 웰컴 메시지와 방문한 휴게소 매장의 정보, 메뉴판 등을 호출합니다. 고객은 해당 매장의 메뉴를 모바일을 통해 선택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앱을 통해 매장 선택과 주문까지 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와 유사한 서비스입니다. 신한카드도 차 안에서 상품을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 도착하면 바로 받을 수 있는 O2O서비스인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9월 포스회사인 `오케이포스`, 핀테크업체 `더페이`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테이블페이` 서비스를 내놨다. 왼쪽부터 조병찬 더페이 대표,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스타씨엔씨 고수정 대표, 방현대 오케포스 대표. 사진=KB국민카드

하지만 아직 테이블페이가 새로운 결제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하나의 결제 생태계를 만드려면 모든 가맹점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제휴를 맺은 가맹점 수가 극히 적습니다. 이마저도 대부분 KB국민카드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 일대의 음식점들입니다. "280만 가맹점에 일일이 제휴를 다 맺어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서비스를 확대하겠냐"는 일부 카드사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아직 서비스를 검토중인 점도 문젭니다.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업계 1위 카드사가 빠지게 되면 '팥 없는 붕어빵'이 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신한카드는 자체 더치페이 서비스인 '신한FAN 더치페이'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900만명 이상이 설치한 모바일앱 '신한 FAN'을 통해 더치페이 서비스 이용고객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우리카드 역시 간편결제 모바일앱인 '우리페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더치페이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더치페이 구성원 모두 해당 카드사 모바일 앱과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결제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서비스가 어떻게 뻗어나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해보입니다. KB국민카드는 가맹점 확대를 위해 오케이포스를 사용 가맹점 포스기에 테이블페이 홍보창이 팝업창으로 뜨도록 해뒀지만 정작 어떤 서비스인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행보가 동반돼야 할 것 같습니다. 

대고객 홍보도 과제입니다. 현재 KB국민카드는 테이블페이 서비스를 시행 중인 가맹점 곳곳에 테이블페이 홍보포스터를 부착해뒀습니다. 정작 서비스가 가능해도 이를 사용할 고객들이 알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입니다. KB국민카드도 이같은 점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 관계자 역시 "아직 익숙치 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테이블페이 경험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객들의 경험과 가맹점 확대, 테이블페이가 돌파해야 할 가장 큰 숙제입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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