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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멀지 않은 미래, 삶의 변화를 소리치다

입력 : 2018-04-03 21:00:11 수정 : 2018-04-03 2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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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한국 헤비메탈의 전설, 밴드 ‘블랙홀’이 13년 만에 정규앨범 9집 ‘에볼루션’을 발매한다. 블랙홀은 “새 앨범은 잘되면 ‘대박나는’, 아니면 ‘폭망하는’ 앨범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주상균, 정병희, 이원재, 이관욱.
윈스토리 제공
“이번 9집 앨범은 잘되면 ‘대박나는’, 아니면 ‘폭망하는’(심하게 망하는) 앨범이 될 것 같다.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블랙홀’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29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우리는 항상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이다.”

한국 록의 자존심, 헤비메탈의 전설로 불리는 밴드 블랙홀이 오는 6월에 아홉 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온다. 앨범 제목은 진화를 뜻하는 ‘에볼루션’(Evolution)이다. 인공지능(AI)과 인터넷, 게임, 로봇 등 가까운 미래 우리 삶의 변화를 노래한 11곡이 담긴다. 블랙홀을 지난 1일 한국 록 공연의 성지, 서울 롤링홀에서 만났다.

“9집은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를 노래한다. 정신적인 진화가 아니라 물질적으로 진화하는 우리의 삶을 담았다. 예컨대 ‘러브봇’이란 노래는 사람을 대신해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로봇의 이야기다. ‘로그인’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와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 ‘아이템’은 게임에 빠져들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사람들을 노래한다.”

블랙홀은 2014년 3월 ‘호프’(HOPE)를 발표했지만, 기존에 발매했던 곡들과 신곡을 담은 편집앨범이기 때문에 정규앨범은 아니다. 이번 앨범은 2005년 5월에 발표한 8집 ‘히어로’(Hero) 이후 13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요즘 가요계가 싱글이나 미니앨범을 위주로 발매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우리들은 정규앨범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규앨범에는 스토리가 담긴다. 8집은 나와 부모님, 친구 등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모두 영웅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9집에서는 가까운 미래, 다양한 과학기술들로 인해 달라지는 우리들의 삶을 노래하고 싶었다.”

블랙홀은 발표하는 앨범마다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헤비메탈은 헤비메탈인데 (음악적으로) 센 느낌이 다를 것이다. 우리가 늘 해왔던 스타일은 아니다. 헤비메탈은 강렬한 기타 리프와 보컬의 고음 등이 특징인데, 이번에는 많은 변화를 줬다. 리듬도 기존 헤비메탈과 다르다. 댄스나 디스코의 리듬을 헤비메탈식으로 해석했고, 전자악기의 사용을 줄였다. 헤비메탈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익숙할 수 있다.”

어쩌면 이번 앨범은 오랫동안 블랙홀을 사랑했던 기존 팬들에게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블랙홀이 이 같은 도전을 하는 이유는 팬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첫 번째 앨범을 낼 때 멤버들끼리, 그리고 팬들과 약속했다. 블랙홀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정규앨범을 10집까지 내겠다고…. 정규앨범 10개는 블랙홀이란 이름을 걸고 고민하고 준비해서 발표해 팬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 앨범과 색다른, 블랙홀만의 매력이 가득한 앨범을 내고 싶었다.”

블랙홀은 한국 헤비메탈 음악의 태동기인 1985년에 결성돼 1989년 1집 ‘미라클’(Miracle)로 데뷔했다. 정규앨범과 싱글, 베스트앨범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다. 특히 블랙홀은 당대에 함께 활동한 시나위, 백두산, 부활, 블랙신드롬 등과 함께 한국 록을 대표하는 밴드다.

리더 주상균(55·보컬), 정병희(53·베이스), 이원재(48·기타), 이관욱(42·드럼) 등 멤버들 대부분은 20년 이상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들이다.

1집에 수록된 ‘깊은 밤의 서정곡’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일도가’는 KBS1 불멸의 이순신 OST에 수록됐으며, ‘녹두꽃 필 때에’ ‘내 품으로’ ‘고란초의 독백’ ‘앵벌들의 합창’ ‘널 위한 이별’ 등의 히트곡이 있다. 멤버들은 ‘겨울풀잎’(주상균)과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정병희), ‘마지막 일기’(이원재), ‘녹두꽃 필 때에’(이관욱)를 추천했다.

한편 블랙홀은 내년에 데뷔 3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대해 “30주년에 되는 내년에 어떤 것을 하겠다고 명료하게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며 “다만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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