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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자율주행차 사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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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9 21:42:16 수정 : 2018-03-29 21: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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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 상용화 눈 앞
잇단 사고에 소비자 신뢰 흔들
인간의 직관력 아직 못 따라와
윤리적 자율시스템 구축도 숙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지금 자동차 선진 각국은 모든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에서 길을 건너던 여성이 우버 자율주행차에 치어 숨진 사건에 이어 이번엔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 전기차의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한 해 동안 사망하는 사람이 4만명(2016년 기준)이 넘을 정도라니 대단할 것도 없는 사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 기술의 꽃이라는 자율주행차가 시험운행을 하다가 발생한 첫 번째 사망사고에 이어 또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에서 자율주행차가 차량사고 발생 건수를 크게 줄일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7년 동안 약 320만km를 시험운행했지만 17건의 경미한 사고만 냈고, 그중 자율주행차 과실로 인한 사고는 단 한 건에 그칠 정도이다. 또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에 따르면 2016년 교통사고의 94%가 운전자의 실수 때문에 발생했다고 하는데,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함으로써 NHTS는 2040년에는 교통사고를 현재의 3분의 1 정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머지않아 매우 안전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함에도 아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창 진행 중인 기술이기에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100% 완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해 11월 시범운행을 하던 자율주행 셔틀버스의 접촉사고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상기시켜 준다. 당시 한 트럭이 후진을 하면서 자율주행 버스를 보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기에 자율주행 버스의 문제로 볼 수는 없겠으나, 만약 후진을 해 피하거나 경적을 울렸다면 트럭이 멈출 수도 있었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던 자율주행차에 대한 믿음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운전자가 없었던 자율주행 버스의 사고는 자율주행차의 대처능력이 인간의 직관력과 순발력을 따르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자율주행차가 기술적 발전을 진행해 오는 동안 인공지능(AI)과 윤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자율주행차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저명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라는 논문을 보면 ‘자율주행차가 사고 시 어떻게 프로그래밍돼야 하는가’에 대해 소비자의 모순을 검증하며 상황에 따른 인간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을 밝혀내고 있다. 내용인즉 자율주행차가 많은 생명을 구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돼야 한다면서도, 나 또는 내 가족이 위험한 경우에는 오히려 많은 사람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러면서 나와 내 가족이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많은 보행자를 구하기 위해 내 차를 위험에 빠트리게 프로그래밍된다면, 자율주행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참여자들은 대답했다. 자율주행차가 쉽게 상용화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다.

사고가 불가피할 경우 ‘탑승자를 살리기 위해 나와 함께 걷고 있는 반려동물이 희생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어린이와 노인 중 한 명을 살려야 한다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등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생존과 행복과 관련해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처럼 윤리적 자율시스템 구축 방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AI 연구에 있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이번 자율주행차의 사고를 보며 기술의 진보와 혁신의 확산과 함께 인간을 위한 기술발전이라는 보편타당한 진리가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 인간컴퓨터상호작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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