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명 수용 가능 사법연수원 활용하면 돼”
변협 관계자는 27일 “이미 법원에 우리의 구상을 전달한 상태”라며 “법원에서도 긍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어차피 법원도 자기네 식구(신임 판사)를 뽑는 데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찬성한다”며 “법원이 크게 반대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은 사법시험 합격정원이 1000명이던 시절을 기준으로 만든 시설이다. 1·2년차 1000명씩 총 2000명의 수용이 가능하다. 한 해 배출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대략 15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연수 시설로 사법연수원을 사용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현행 변호사법은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법무부가 인가한 법무법인(로펌)이나 변협에서 6개월간 실무수습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교육으로 변호사 진출 시기만 늦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법조계 갈등은 격화할 전망이다.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사법연수원은 이미 없애기로 했던 것이고 국가에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이유로 로스쿨이 도입됐다”며 “변협 주장은 다시 연수원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말이 안 되는 탁상공론”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 회장도 "로스쿨 교육과 시장 자율에 맡길 일을 국가가 주도하는 일은 적합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이어 “과거 연수원 시절에도 판검사 임용을 노리지 않는 이들은 성적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인맥 쌓기에 치중하지 않았느냐”며 "로스쿨 제도는 과거 연수원 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변호사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법조계 이목이 쏠린다. 두 법안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실무수습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폐지된 사법시험을 부활시켜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려운 수험생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대한법학교수회 소속 교수와 사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사법시험 폐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해 이들이 최소한 변호사 예비시험이라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시험과 관련한 헌법소원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지난해 12월31일부터 90일이 지나는 4월부터 법에 따라 헌법재판소를 통한 권리구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고시생모임)도 26일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 달라’는 로스쿨 학생들 주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선 22일 로스쿨 학생협의회는 ‘변시낭인’을 막고자 지난해 약 51% 수준에 그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75% 이상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했다.
고시생모임 이종배(41) 대표는 “로스쿨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나이와 경제력에 상관없이 법조인이 될 기회가 있어야 하기에 사법시험을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민영·김범수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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