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문을 공개하려는 여성과 이를 제지하려는 최고 권력자의 볼썽사나운 싸움은 25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퍼니 클리퍼드)는 이날 지상파방송인 CBS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의 차분한 질문을 받은 대니얼스는 2006년 합의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으며, 지난 대선을 앞둔 2016년 10월 말 ‘발설 금지’ 용도로 13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침묵을 깬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돈을 노리는 기회주의자로 치부되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비밀유지 합의’를 깨뜨렸다며 대니얼스에게 2000만달러(약 216억5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 대니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없기 때문에 유효한 주장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대니얼스는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유명인사 골프대회를 계기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며 네바다주 레이크 타호 호텔의 스위트룸으로 자신을 초대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트럼프가 미래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와 결혼한 지 2년이 안 된 때였다. 트럼프는 그 무렵 멜리나아와는 각방을 쓰고 물건도 따로 쓴다고 말했다. 또 “와우, 당신은 특별하다. 당신은 내 딸을 떠올리게 한다”며 이방카를 거론하기도 했다. 대니얼스는 트럼프와 가진 성관계는 한 번이었으며, 당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방송 내용의 공개를 앞두고 대니얼스의 발언을 정치적인 거짓말로 규정했다.
대니얼스의 고백이 사실이라면 이는 또 다른 추문의 상대인 플레이보이 전 모델 캐런 맥두걸의 사연과 닮았다. 맥두걸은 대니얼스의 폭로가 있기 사흘 전인 22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2006년 골프대회에서 트럼프와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성 추문 방송이 전국에 전파를 탄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가지 않고 리조트에 남았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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