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군 제대 후 드라마, 예능, 영화 홍보 등 ‘강행군’에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승기(사진)는 이같이 답했다. 2년간 특전사로 복무하며 사회에서는 절대 느껴보지 못할 신체적 한계들을 경험했다는 그는 “훈련을 한번 해낼 때마다 우주를 정복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더라. 한겨울 드라마 촬영 때도 겉옷을 입지 않는 등 쓸데없이 버티게 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궁합’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이승기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입대 전 촬영했던 영화 속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단단한 인상이었다.
‘궁합’은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 혼사를 앞둔 옹주와 부마 후보들 간의 궁합풀이로 조선의 팔자를 바꿀 최고의 합을 찾아가는 역학 로맨스 코미디다. 이승기는 서도윤으로 분해 송화옹주(심은경)과 귀여운 로맨스를 만들어 낸다.
“역술가의 화법과 표정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역술가들을 찾아가 사주를 봤습니다. 서도윤이 궁합을 보는 순간만큼은 확신을 갖고 거침없이, 꿰뚫어보듯 하도록 연기했죠.”
‘궁합’은 비수기에 개봉해 130만 관객을 불러 모아 선방했다. 이승기는 제대 후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하며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발휘하고 있고,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화유기’에서 까칠한 손오공을 연기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성공했다.
이승기는 늘 그래왔다. 열여덟살에 가수로 데뷔하며 ‘누난 내 여자니까’로 단숨에 스타가 된 뒤 ‘소문난 칠공주’,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드라마와 ‘1박2일’, ‘서유기’ 등 예능에서 늘 존재감을 드러냈다. 큰 굴곡 없이 쭉 정상이었다. 성공하는 비결, 망하지 않는 비결이 있는지 묻자 “노력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0대 때는 늘 두려웠어요. 혼나는 게 싫어서 정말 많이 연구하고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최대한 노력하면 ‘폭망’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주 대단한 성공을 하지는 못해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죽을 힘을 다하는 것뿐 아닐까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지만 가장 욕심나는 것은 역시 연기다.
“화유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조명을 아래로부터 받았을 때 얼굴에 서늘한 악마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 느낌을 꼭 한번 활용해보고 싶어요. 영화에서 깡패나 사기꾼 같은 악역을 맡아보면 좋겠어요. 주연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송강호, 황정민 선배님처럼 대단한 분들과 연기호흡을 맞춰볼 수 있다면 단 몇 장면만이라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제가 하고 싶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얼마든지요.”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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