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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기 |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하루에 한 번 꼴로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성범죄’논란으로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내일은 누구 이름이 올라올까”라는 말은 이미 유행어가 됐고 연일 실명 거론과 함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유독 가요계만은 ‘미투’영향을 덜 받는 모습이다. 걸그룹은 물론 여자 가수지망생도 많아 오히려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 같은데도, 가요계는 잠잠한 편이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사실 ‘미투’ 운동이 일기 전부터 연예계 중에서도 가요 쪽은 자주 등장하는 ‘성범죄’사건으로 얼룩져왔다.
굳이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작자와 연습생’‘아티스트와 팬’ 등의 관계에서 발생한 ‘성’ 관련 범죄는 뉴스로 전해질 때마다 대중을 경악에 빠뜨렸다. 그러면서 가요계는 일찍부터 자정노력을 기울여 왔다.
거기에다 개인창작 활동이 많은 음반이라는 특수성도 나름 연관이 있다. 위계에 의한 일종의 ‘권력형 성희롱’은 그다지 자주 일어날 수 없는 구조로 바뀐 지도 오래다. 앞서 지적했듯이 학계나 영화·연극계처럼 조직이나 단체로 움직이는 사제지간 또는 상하관계에서 비롯된 ‘성희롱’사건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반면에 가요계는 가수들이 섞여 단체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물다. 가수들은 매니저를 대동해 개별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성적 피해를 볼 위험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음악관련 종사자들은 “오로지 자기만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곳이 가요계다. 그러다 보니 각자 따로 활동하는 합쳐질 수 없는 모래밭 같은 곳”이라고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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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재현 |
과거에는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 "가수로 데뷔시켜 주겠다" 며 어린 연습생이나 여자 가수지망생들에게 접근해 성폭행을 가하는 제작자 또는 매니저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요즘 걸그룹은 대부분 숙소생활을 하기 때문에 성범죄 예방에 따른 매니저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다.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동하며 아티스트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근에 터진 가요계 성추행 사건으로는 유명 트로트 가수가 소속된 기획사 대표 김모(65)씨를 꼽는다. 그는 소속 신인 여가수(25)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인기 가수로 만들어 주겠다”며 자동차에 태워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고 연예활동 지원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았다가 고소당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김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사건은 곧바로 세상에 알려졌고 김씨의 법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 당사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중은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힙합 뮤지션 던말릭은 미성년자인 성추행 피해자가 최근 개인 SNS에 글을 올리자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누구나 다 아는 가수가 아니어서 파장은 크지 않았지만 가요계 ‘미투‘ 운동의 첫 케이스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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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던말릭 |
가요계의 ‘미투’ 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은 조용한 편이지만 언제쯤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요계는 물론이고 ‘미투’운동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과 관련한 범죄는 반드시 뿌리째 뽑아야 할 것이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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