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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소비보다 저축 선호하는 청년들 "소비 안 하지만 못하기도"

입력 : 2018-03-03 14:24:00 수정 : 2018-03-03 14: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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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대~30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당사자들인 청년층의 의식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를 ‘물욕이 없는 세대’라며 ‘세대 차를 느낀다’고 말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쓸 돈이 없다‘는 이들과 ‘소비보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청년들은 ‘쓸 돈이 없다‘는 의견과 ‘소비보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게 낫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시각차…“안 하기도 하지만 못하기도..“
일본의 한 IT기업이 10대~70대 남녀 1190명을 대상으로 젊은 세대의 바뀐 소비패턴과 의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이 차를 구매하지 않고(33%), 신문이나 책을 읽지 않으며(13.2%), 결혼을 원치 않는다(7.9%)는 생각이 많았다.

이어 술·담배 등 유흥을 즐기지 않고(각각 6.6%, 4.6%), TV도 시청하지 않으며(4.9%), 연애도, 여행도, 외출도 하지 않는다(순서대로 3.3%, 2.8%, 2%)는 의견이 돌아왔다.

반면 청년들은 여행을 즐기고(15.8%), 여유롭게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13.4%), 때론 차를 타고 드라이브(11.5%)하거나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9.6%)고 답했다.

‘술이나 담배 등 유흥을 즐기지 않는다‘는 의견은 청년들이나 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나 차이가 없었지만, 기성세대는 ’안 한다‘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청년들은 ’하고 싶다(원한다)‘고 말하는 등 의식차가 확연했다.
방송에서 청년층의 변화한 의식을 열거하며 다른 점을 설명했다.  (사진= BS 방송화면 캡처)
■ “왜 소비 안 하나?” VS "돈이 있어야!“
결과를 두고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없고, 흥미를 느끼지도 않으며 심지어 멀리한다”며 “소비가 늘어야 경제가 활기를 띠고 경제가 튼튼해야 가정과 개인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반면 청년들은 고도 성장기를 거쳐 버블경제를 일으킨 기성세대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청년들은 정부가 호소하고 근로자 모두가 원하는 임금인상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 반대하는 기성세대가 소비를 안 한다고 타박할 건 아니다라며, 그들은 경기 호황에 높은 임금을 받고 삶이 여유로워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가정도 꾸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수십년간 23만엔(약 230만원)에 머물고 있다며 살인적인 물가와 월세,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이어 불안한 노후를 위한 준비는커녕 당장이 힘든 지금 소비를 줄이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 “왜 소비 안 하나?” VS "젊어서 돈 모아야!“
또 일부는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도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소비백서에 따르면 전 연령층에서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소비감소 폭이 가장 큰 30대에서만 저축률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배경에는 ‘종신고용’이 희미해지고, 물가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급여, 계속된 경기 침체로 '잃어버린 20년'을 보고 자란 사토리세대(득도한 세대)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여 이들을 극도로 현실주의적 양상을 띠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불필요한 관습‘ 정도로 치부하고 소비까지 줄이면서 이들에게서 발생하는 소비가 은행으로 들어가 수십년간 잠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세~34세 청년 층에서 저축액이 500만엔(약 5000만원) 이상인 비율이 31.4%로 나타났다. (사진= 후지TV 방송화면 캡처)
젊은이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멋진 집과 차를 타고 맛있는 음식을 먹길 바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하며 “젊었을 때는 쓸 돈이 없고 살만해지면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기성세대들은 풍요로움을 즐겼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며 “종신고용이 사라지고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뺏는 것으로도 모자라 노후자금인 연금도 불안하다. 이러한 상황 과거 그들처럼 지갑을 열 수 있겠나”고 덧붙였다.

이 들의 말을 다시 쓰면 버블경제 당시처럼 소비를 바라는 건 지금 현실에선 맞지 않는다는 얘기로, 오르지 않는 연봉과 장시간 근로, 불안한 노후가 이들을 옥죈다는 말이 된다.
일본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소비는 좀처럼 늘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 동양경제 캡처)
일본 청년들이 절약을 실천하며 저축을 통해 노후를 준비한다는 생각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이견은 없다. 반면 노후불안과 갈수록 팍팍해지는 생활 그리고 잃어버린 20년에서 온 위기감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가 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안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될 것이다. 하지 않는 것과 못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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