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강릉올림픽파크의 코리아하우스. 전날 강릉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에게 0.39초 차 뒤진 37초33으로 은메달을 따낸 이상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펑펑 흘렸던 이상화에게 하루 지난 지금의 감정이 좀 달라졌느냐 묻자 “똑같다”고 입을 뗀 뒤 “훈련하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아직도 어제 경기 끝났을 때의 감정과 비슷하다. 지금도 순간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흐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아직 어제 경기 영상을 보지 못했다. 당분간은 보지 못할 것 같다. 먼 훗날 진정됐을 때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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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가 19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은메달을 딴 소감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
이상화는 이번 올림픽이 현역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4년 뒤 베이징 올림픽 도전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능력이 있으면 1~2년은 더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올림픽에 대해선 아직 확답은 못 드리겠다. 우선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히 쉬고 싶다. 이제는 7개 알람 시간에 상관없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싶다”고 말했다. 7개 알람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이상화는 쑥쓰러운 듯 웃으며 “그냥 새벽, 오전, 오후, 저녁 운동 시간과 그 사이사이 낮잠 시간 정도다. 알람은 어제부로 다 껐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정상을 지킨 2010 밴쿠버와 2014 소치와 달리 이번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이상화는 끊임없는 부상과 싸워야 했다. 그는 “소치 때 한 기자가 ‘4년 뒤에도 금메달 따실 거죠’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기억이 있다. 소치에서는 정상을 지키고 있었고 세계신기록도 그 즈음 세울 정도로 몸이 좋아 스케이트가 쉬웠다”면서 “부상으로 감을 잃었고 그 감을 찾는 데만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너무나 힘들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저에 대한 자부심으로 그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 여전히 나는 내게 100점을 주고 싶다. 입버릇처럼 ‘은퇴하면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었는데 사실 이미 전설로 남았죠, 뭐”라면서 씩 웃어보였다.
18일 경기로 이번 올림픽 공식 일정을 마친 이상화는 이제 선수단 동료를 찾아다니며 응원할 계획이다. 그는 “우선 19일 여자 쇼트트랙 계주를 응원갈 생각이고 아이스하키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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