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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트럼프의 람보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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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본격적인 통상전쟁 앞서 / 국지전서 얻어터지는 대한민국 / 피도 눈물도 없는 통상 공세 / 한·미동맹 64년이 무색할 지경 집권 2년차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예상보다 건재하다. 러시아 내통 스캔들로 “트럼프에게서 반역의 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런대로 버티고 있다. “북한도 일자리도 무역도 엉망진창을 물려받았다”고 투덜거렸던 그는 엉망진창인 미국을 바로잡는다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정책’을 밀어붙였다. 올해 다보스포럼 폐막 연설에서 “전 세계가 다시 강하고 번영하는 미국을 보고 있다”고 자랑하며 ‘미국 우선주의’ 깃발을 한층 세차게 흔들어 참석자들을 기겁하게 했다.

문제적 존재 트럼프가 ‘람보놀이’에 빠져 있는 사이에 미국과 세계 질서가 어지러워졌다. 2017년 트럼프 취임 직후 발표된 인류에게 핵위협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는 전년보다 30초 앞당겨진 ‘11시 57분 30초’로 설정됐다. “미국에서 핵무기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대통령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8년 시계 초침이 다시 30초 당겨진 ‘자정 2분 전’이 된 것도 ‘트럼프 변수’가 반영됐다. 핵과학자회는 “미국과 북한의 과장된 레토릭과 도발적인 행동들이 오판이나 사고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 책상에 핵 단추가 있다”는 북한 김정은과 “내가 더 큰 핵 단추를 갖고 있다”는 트럼프의 단추 자랑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지위도 눈에 띄게 추락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전 세계 13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별 리더십 조사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지지율이 30%였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해에 기록했던 48%에서 18%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역대 최악일 뿐만 아니라 중국(31%)에도 뒤졌다. 독일의 리더십이 41%로 가장 높았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질서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시작으로 다자간무역협정은 죄다 깰 태세다. 다보스포럼에선 “대규모 지식재산권 침해행위, 산업보조금, 만연한 국가주도 경제계획을 포함한 불공정한 교역 관행들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전포고했다. 한국은 미국의 힘자랑에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있지만 중국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2016년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7%, 중국의 비중은 14.9%였으나 10년뒤인 2028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등의 전망이 쏟아질 정도로 커졌다.

시진핑의 중국 또한 트럼프의 미국 못지않은 ‘동네 깡패’ 기질을 갖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며 ‘자유무역 수호자’ 행세를 했다. 그래놓고 한국에 대해 무자비한 사드 보복을 퍼부었다. 자국 내 외국기업에게 휘두르는 갑질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세계적 원성이 자자하다. 경제적 영향력과 유인, 매수, 강압 등 탈법적 수법까지 동원해 강제하는 샤프파워 전략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다.

김기홍 논설위원
G2의 본격적인 통상전쟁에 앞서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탁기와 태양광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조치가 다른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자동차 수입을 늘리라며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산 철강과 화학 제품에 반덤핑 공세를 펴고 있다. 반도체 수입 규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미국의 통상 공세를 보면 한·미동맹 64년이 무색할 지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의 동맹을 무시하는 독단적 행태와 잇단 약속 파기에 질린 나머지 지난해 5월 일찌감치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그럴 형편도 안 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피해국들과의 협력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정부 국회 기업이 똘똘 뭉쳐 대응하는 수밖에 없지만 둘로 갈라진 정치, 국론 분열 양상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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