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토 뺏겨도 잦은 테러 감행하는 IS
포린어페어스는 IS가 지난해 10월 락까 등 주요 거점도시를 잃은 후 대규모 전투를 피하는 대신 테러공격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도 IS가 최근 영토를 점령한 뒤 정복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게릴라 전술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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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05명이 숨진 이집트 시나이반도 알라우다 사원 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25일(현지시간) 사원 입구에 희생자들의 신발이 놓여 있다. 비르 알 아베드=AP연합뉴스 |
IS는 중동 이외 지역에선 온라인 극단주의 게시물을 통해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들에게 공격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IS를 추종하는 방글라데시 이민자가 뉴욕 맨해튼에서 폭탄테러를 벌였고, 캘리포니아 관광지 피어39 등에서 트럭 테러를 기도한 혐의로 20대 전직 해병대원이 체포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빅벤 등을 목표로 테러를 계획한 영국인 무슬림 남성이 지난 16일 기소됐고, 프랑스에서는 지난 12일 파리 소르본 대학에 재학 중인 19세 여대생이 테러를 기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초 IS는 이라크·시리아에서 패퇴하면서 결정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라크 모술에서 물러나면서 종교적 상징성이 큰 알 누리 모스크를 폭파하며 민심을 잃었고, 연간 10억달러의 수입이 들어오는 원유지대를 잃으며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S가 중동 내 뿌리 깊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적극 활용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란으로 대표되는 시아파 무슬림이나 온건 수니파가 팔레스타인 영토 문제 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서방과 결탁하고 있어 ‘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IS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채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4일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IS가 팔레스타인 내 극단주의자들을 모으기 위해 하마스를 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열전략은 알카에다가 2000년대 중반 시아파가 많은 바그다드에서 테러를 저지르면서 세력을 확장했던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라고 MEMRI는 지적했다. 하산 하산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IS는 아프간 시아파 사원을 공격하는 등 올해 종파 갈등 조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며 “이런 전략은 분열주의를 추구하지 않는 탈레반과 다른 IS의 특징으로, 이들은 시아파는 물론 기독교 등 다른 종교 모두를 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터키가 지난 21일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공격하기 위해 시리아 북부 아프린주를 침공한 것도 IS가 시리아에서 세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터키로부터 공격을 받은 쿠르드족 인민수비대(YPG)가 시리아에서 IS를 퇴치하는 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운 병력인 데다 YPG와 터키 간 교전으로 발생한 난민이 장기적으로 IS에 투항할 수도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시리아 아부 카말 등에 1000~1500명의 IS 조직원이 상주하고, IS를 추종하는 이들은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알 라우다 사원 테러를 감행한 시나이반도 지부와 카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호라산 지부 등 8개 하부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테크전문지 와이어드는 IS 선전매체를 분석한 결과 거점도시를 잃기 전까지 IS가 영토 확보 등을 자랑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오직 테러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IS의 테러를 막기 위해 국가 간 공조는 물론 IS 투신자 수를 줄이기 위한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포린어페어스, NBC방송 등은 우선 미국이 2011년 이라크에서 성급하게 물러난 뒤 알카에다가 급격히 세력을 확장했던 잘못을 서방이 되풀이하지 말고, 이집트와 리비아 정보부처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을 통해 IS 게시물을 접한 이들이 자생적 테러범으로 진화하는 만큼 구글 자회사 직소처럼 극단주의 게시물을 올리고, 공유하는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동 전역의 난민 캠프에서 교육을 받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한 젊은이들이 IS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만큼 유엔 차원에서 교육기관 설립 등 인도주의적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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