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공수사처장이 시신 화장으로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하지만, 서울지검 공안부장 검사는 사체보존명령으로 저지한다.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강행하는 검사와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에 나서는 경찰이 첨예하게 맞선다. 공산당에게 가족이 몰살당해 ‘빨갱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대공수사처장은 국가안보를 앞세워 불법 행동을 합리화한다. 검사는 권총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꺼내들면서 “법대로”를 외친다. 경찰들은 교도관조차 무차별 폭행하며 법 위에 군림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경찰, 참 나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40∼50대 관람객들은 골목에서 경찰관들에게 영장 없이 가방을 수색당했던 악몽을 떠올린다. 통제되지 않는 경찰 권력의 폭력은 소름을 돋게 한다.
경찰 조직에는 1980년대를 다룬 대중문화 중 달갑지 않은 게 많다. 부패 경찰관들을 다룬 영화 ‘투캅스’는 애교 수준이다. ‘택시운전사’ 등 다큐멘터리성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경찰관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을 판이다.
현실의 경찰은 수사권 독립으로 절치부심하고 있다.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해 ‘헌법 알박기’라며 삭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총장과 대척점에 서 있어야 할 경찰청장이 영화 ‘1987’ 포스터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신문에 실리자 한 경찰관은 “단체관람까지 하냐”며 푸념했다. 이런 현장 불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입장에 민감한 경찰 지도부는 관람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할수록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경찰 조직은 바람을 재워야 할 처지다. 그러한 경찰의 단체관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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