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을 운영하는 곳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다. 민간 기업이다. 2013년 12월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게 무색하다. 김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도 아니다. 1984년 바른 먹거리를 내세워 사업을 시작한 풀무원이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30여년째 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줄곧 강남 코엑스 지하에 있다가 3년 전 외국 명품브랜드에 자리를 내주고 인사동으로 옮겼다. 입장료 2000∼5000원을 받지만 인건비에도 어림없어 매년 적자가 수억원이다.
풀무원은 먹거리에 대한 불신감이 어느 때보다 컸던 시절 깨끗한 식품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직원 10명으로 포장 콩나물·두부를 팔기 시작해 33년 만에 직원 1만명에 연매출 2조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풀무원이 이번에는 경영 세습이 관행화한 기업문화에 경종을 울렸다. 33년간 풀무원을 이끌어 온 남승우 총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지난해 말 물러난 것. 평소 그가 입버릇처럼 말한 ‘소유와 경영 분리’, ‘65세 은퇴’라는 두 가지 약속을 지켰다.
흔히 전문경영인 체제는 강력한 오너십이 없어 경영의 책임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보기 좋게 깬 사례가 있다. 1969년 선도적으로 전문 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유한양행이다. 1969년 10월 유일한 박사로부터 조권순 전 사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지금까지 10명의 전문경영인이 유한양행을 이끌면서 제약업계 1위에 올려놓았다. 유한양행이나 풀무원은 재벌 기업들에 비해 비록 몸집이 작지만 울림은 더 크게 다가온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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