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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취업 불합격 통보에도 '거절의 기술'이 빛났다…위로·분석으로 호감 사

입력 : 2017-11-12 11:30:00 수정 : 2017-11-12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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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지만···”

지난해 IT(정보기술) 기업의 최종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이모(29)씨는 휴대전화에 뜬 문자 알림을 받고 확인했다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서류전형에 이어 역량면접, 그리고 최종면접까지 올라갔지만 아쉽게도 취업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다. 

탈락의 아쉬움을 일단 뒤로하고 문자를 훑어 보는데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부담 없이 연락하라.” 

불합격을 알리는 문자엔 친절하게도 인사 담당자의 전화번호까지 함께 남겨져 있었다.

자신이 왜 탈락했는지 궁금했던 김씨는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면접 때 똘똘한 모습이 인상깊었지만 긴장해서 그런지 전달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조금만 다듬으면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를 건넸다고 한다. 

김씨는 “수십번 불합격 문자를 받아봤지만 이 회사는 탈락에 대한 피드백까지 해줘 인상깊었다”며 “다른 회사도 이런 배려를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의 모바일 프로슈머 마케팅 프로그램인 '퓨처리스트'의 지난 1일 조사 결과 취업준비생의 절반 이상은 1년간 30곳이 넘는 회사에 입사원서를 냈다가 탈락하기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취준생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불합격 통보’에도 심심한 위로를 담아 지원자를 배려하는 등 남다른 소통 기술을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이슈가 된 금호석유화학의 불합격 문자.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금호석유화학의 불합격자 문자를 캡처한 사진이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훈훈한 화제를 낳았다.
 
해당 문자에는 “총 4611명이 지원했고 이 중 760명이 인·적성 검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전형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니라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하는 회사의 잘못이다”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이 글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유되며 누리꾼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 2015년 하반기 이수그룹도 서류전형 합격 여부를 알리는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글을 올린 인사 담당자는 “저 또한 취준생 시절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고 운은 뗐다. 이어 “보내주신 이야기 하나하나는 정말 멋진 것들이었다"며 "많은 분을 직접 만나 뵙고 싶지만 소수를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이해해 달라”고 진심이 느껴지는 편지 형식의 불합격 통보를 남겨 탈락자의 눈물을 덜어줬다.
 
채용 불합격을 알리는 롯데그룹의 홈페이지에는 지난 전형에 대한 분석이 담긴다.

◆기업의 이미지 좌우하는 불합격 문자

기업이 불합격을 전하는 메시지 유형은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본형’은 ‘탈락’이라는 사실만 전하는 통보다. 

“안타깝게도 불합격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불합격하셨습니다”와 같이 핵심만 전한다. 

이보다 진화한 유형이 바로 ‘위로형’이다. 지원자의 역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나 자리가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아울러 심심한 위로도 건넨다. 

'분석형'도 있다. 왜 떨어졌는지 상세한 이유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롯데그룹은 인·적성 검사와 면접전형의 결과를 그래프 형태로 공개한다.

최악의 유형은 ‘무응답’이다. 합격을 알리는 연락이 없으면 ‘탈락’이라는 식이다. 지원자들이 답답함에 취업 커뮤니티를 전전하며 합격 소식을 기다리게 해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는 원성을 산다. 

안타깝게도 상당수 기업이 이 유형에 속한다. 실제로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8.9%가 “채용 진행 시 탈락자에게 별도의 불합격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준생들은 ‘위로형’과 ‘분석형’ 기업에 좋은 인상이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모(30)씨는 “지원한 IT기업에서 불합격 메일을 받았는데, 자존감을 높여주는 내용의 글이 9개 문단이나 담겨있었다”며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글을 읽으며 약간의 위로가 됐고 인사 담당자의 정성이 느껴져 그 기업의 이미지가 좋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만 30곳 이상의 불합격을 통보받았다는 안모(28)씨는 “인사 담당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불합격 문자를 보내주는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대부분 틀에 박힌 문구에다 이름만 바꿔 보내거나 문자조차 보내지 않는 곳도 상당수”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불합격한 구직자에게도 실제로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며 “채용 기준이나 그 내용을 공개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견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인터넷에서 불합격 문자가 주목을 받자 기존 탈락 문구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불합격 이유를 묻는 전화가 가끔 오면 안내해주긴 하지만 모두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도 “검사 성적의 공개에는 지원자와 회사가 맞지 않는다는 결과를 통보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구직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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