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시는 미국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 역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최근 미성년자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며 지난 6월 확정된 에미상 공로상 부문 수상이 취소되는 등 경력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해명하더니, 갑작스럽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해 파장은 더 커졌다.
커밍아웃은 할리우드에서 용감한 고백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번 건은 추문을 덮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성소수자(LGBT)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배우 앤서니 랩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1986년 당시 14살이던 나를 스페이시가 성추행하려 했다”고 밝힌 직후 스페이시는 자신의 트위터에 두 문단으로 짧게 해명했다.
스페이시는 첫 문단에서 ‘30년 전 일이고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약 그랬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적었다. 그는 다음 문단에서 ‘나는 그동안 남성을 사랑하고 내 인생에서 남성들과 로맨틱한 만남을 가졌다’며 ‘이제 나는 동성애자로 살아가기로 선택한다’고 상황에 맞지 않은 자기 고백을 했다. 커밍아웃으로 미성년자 성추행 논란을 덮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게 미 주류 언론의 평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성소수자 활동가 그룹 관계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상황에서 커밍아웃을 한 게 성소수자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미디어에 투영된 LGBT 이미지를 감시하고 LGBT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조직된 비정부기구인 ‘GLAAD’의 세라 케이트 엘리스(46·여) 대표는 “커밍아웃이 성추문 회피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은 스페이시의 커밍아웃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랩처럼 성추행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용기 있게 고백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 심각한 건 스페이시가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사실과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동시에 엮이면서 자칫 이 두 가지 사실이 관계 있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동성애와 소아성애를 연결지으려는 동성애자 혐오 세력에게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스페이시가 주인공을 맡은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사인 넷플릭스와 투자사 미디어 라이츠 캐피털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두 회사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스페이시와 관련한 뉴스로 매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며 “지난번 보도 이후 두 회사 경영진은 볼티모어에 도착해 제작진과 배우들을 만나 그들을 진정시키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내년 시즌6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고 밝혔다. 그의 추문이 작품 종영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8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연극 배우로 데뷔한 스페이시는 1986년 영화에 처음 출연했고, 1996년 ‘유주얼 서스펙트’의 반전 캐릭터를 맡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명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타락한 정치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화려한 배우 경력을 지녔지만 스페이시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은 좋지 않았다.
그에게는 수십년 전부터 어린 남성을 좋아한다는 루머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자신도 농담처럼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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