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려동물에게 쏠리는 관심과 비교해보면 나무나 화초, 꽃 등 식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평소 그 존재감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데다, 동물과 달리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식물은 동물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신합니다. 공기를 정화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능적인 효과는 물론 정서적인 안정과 평화로움을 가져다주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비록 반려동물에 비하지는 못해도 충분히 식물에게서도 정서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최근 들어 식물에게도 ‘반려’라는 용어를 붙여 ‘반려식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현대인들이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0명 중 6명(58%)은 현재 직접 기르는 식물이 있었고, 특히 중장년층과 기혼자들이 많이 키웠다.
하지만 반려식물이 반려동물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의 장점으로는 쾌적한 환경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대화를 나누고, 같이 노는 게 어려운 정서적 교감의 한계를 많이 지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식물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식물에게도 ‘반려’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전체 응답자의 58%가 현재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직접 화초나 나무 등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40~50대, 자녀가 있는 기혼자가 상대적으로 식물을 많이 키우는 모습이었다. 반면 예전에는 키웠으나 지금은 식물을 키우지 않고 있는 소비자는 10명 중 3명 정도(27%)였으며, 한번도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공기 정화, 식물에 대한 애정 때문에 반려식물 키운다
식물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기정화’(58.3%·중복응답)를 위한 것으로, 40대 소비자가 공기정화를 위해 식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냥 식물을 좋아해서 키우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식물을 가장 좋아하는 연령대는 50대였다.
또한 인테리어를 위해 식물을 들여놓았거나(36.6%),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서 키우게 되었다(26.7%)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자녀들의 정서 함양(13.3%)과 전자파 차단(9.7%), 식용(9.5%)을 위해 식물을 키운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예전에는 식물을 키웠지만 지금은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관리하기가 힘들고(63.3%, 중복응답), 금방 시든다(56.3%)는 점을 많이 꼽았다. 관리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는 30~40대가, 금방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20대가 많이 하는 편이었다.
현재 식물을 키우고 있는 소비자들은 보통 2~3개(30.7%) 내지 4~5개(23.3%) 정도의 식물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5~10개(18.3%) 또는 10개 이상(16.4%) 식물을 많이 키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식물을 한 개(11.4%)만 키우는 경우는 가장 드물었다. 대체로 젊은 층은 식물을 한 개만 키우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장년층은 10개 이상 다량의 식물을 키우는 경향이 뚜렷했다. 식물을 키운 기간은 3년 미만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10년 이상 오래 키운 소비자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10년 이상 식물을 키운 소비자들은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식물을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키우는 습관이 몸에 잘 배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로 많이 키우는 식물의 종류는 군자란과 스투키 등의 ‘공기정화식물’(55%·중복응답)과 선인장과 라일락 같은 ‘다육식물’(52.1%)이었다. ‘나무’(44.3%), ‘난’(29.5%), ‘허브’(29%), ‘넝쿨식물’(24.1%) 등도 많이 키우고 있었다. 이 중 나무와 난은 주로 중장년층이 많이 아끼는 식물이었다. 식물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월평균 3만원 미만(73.6%)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 키운 경험 대체로 긍정적…74.1%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
식물을 키우는 경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먼저 현재 식물을 키우고 있는 소비자의 74.1%가 주변 사람들에게 식물을 키울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만큼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그중에서도 50대(78.4%)가 다른 사람들에게 식물 키우는 것을 많이 권장했다.
이에 반해 식물을 키우게 된 것을 후회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6.9%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 후회해본 경험이 많았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후회보다는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효과를 살펴봐도 대부분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고(44%, 중복응답),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갖게 되었으며(43.8%), 힐링되는 느낌이라면서(38.4%)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10명 중 6명 "생각보다 식물 키우는 건 어려운 일"
식물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쏟아붓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 64.7%가 식물이 시들면 슬플 것 같다고 응답할만큼 애착이 강했으며,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 반려동물 보다는 오랜 시간을 가꿀 수 있는 식물이 더 좋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의견(49.7%)이 동의하지 않는 의견(26.4%)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은 주로 30대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자신이 키우는 식물은 가족과 다름 없다(44.7%)는 생각도 적지 않았다. 다만 식물을 키우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많은 편이었다.
10명 중 6명(59.3%)이 생각보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식물 관리의 어려움은 특히 여성과 젊은 층이 많이 토로했다. 식물을 처음 키우기 시작했을 때 시들어 죽는 것과 같은 사후문제를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들(55.3%)이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식물을 키우기 전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향후 식물을 키워볼 의향은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8.5%가 한번쯤은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키워볼 생각이 없다는 의견은 18%에 그쳤다. 식물을 직접 키워보고 싶은 의향은 남성(62.8%)보다는 여성(74.2%), 그리고 고연령층일수록 강한 특징을 보였다.
또한 미혼자(57.3%)보다는 기혼자, 그 중에서도 자녀가 있는 기혼자가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아무래도 자녀의 정서 함양을 위해 식물을 키우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함께 한번이라도 식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 소비자(76.7%)가 경험이 없는 소비자(22%)보다 식물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훨씬 많이 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인 가운데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반려식물이라는 용어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42.1%로,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의견(47.4%)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반려동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함께 식물에게도 실제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식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45.5%)이 없는 사람들(22.7%)보다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에 공감을 많이 했다. 저연령층일수록 식물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가 강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주 연령층으로는 50대(70.3%·중복응답)와 60대(78.4%)를 주로 많이 꼽았다.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에 대한 공감 여부와는 관계 없이 반려식물에게 애정을 쏟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모습이었다. 반려식물 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 결과, 전체 10명 중 7명(69.4%)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바라본 것이다. 남성(64.4%)보다는 여성(74.4%)의 이해도가 높았으며, 세대별로 보면 4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하는 편이었다.
식물은 식물일 뿐 반려동물만큼의 애정을 쏟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은 27.8%에 불과해 대체로 식물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반려식물로 대하는 태도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은 서로 대신할 수 없는 그것만의 특징이 있고(77.7%), 움직이지 않을 뿐 식물도 동물과 같은 생명체이다(80.7%)는 인식이 큰 것이다.
다만 실제 주변에 화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며, 애정을 갖고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의견(34.8%)은 적은 편이었다. 전체 2명 중 1명(50.3%)이 식물과 대화하고 논다는 게 어쩐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내비친 데서 알 수 있듯 살아 움직이지 않는 대상과의 관계라는 점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정서적 교감의 어려움, 반려식물 한계로 많이 지적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의 장점으로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54.5%·중복응답)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중장년층이 쾌적한 환경을 반려식물을 키우는 장점으로 많이 바라봤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에 비해 반려식물의 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49.4%)는 의견도 매우 많았는데, 이것은 모든 연령대에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 다음으로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고(43.7%), 소음 및 분변처리 문제와 같은 이슈가 생기지 않으며(43.1%), 정서적으로 무엇인가를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다(39.5%)는 의견도 많은 편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는 달리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노는 것이 어려운 부분(44.6%·중복응답)은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지적되었다. 주로 젊은 세대가 정서적 교감의 어려움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또한 벌레나 해충이 꼬일 수 있고(41.9%), 외로움을 달래는데 한계가 있으며(38.2%), 마음가짐이나 의무감이 반려동물에 비해 약할 수 있다(37.1%)는 것도 반려식물이 반려동물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로 많이 꼽혔다.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가 반려식물은 외로움을 달래는데 한계가 있고(48.8%), 마음가짐이나 의무감이 약할 수 있다(44%)는 의견을 더욱 많이 내비치는 점도 눈에 띄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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