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물음에 현대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소수의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어 성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같아 입력되지 않은 것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따라서 기억하지 못할 뿐, 사실은 뇌에 입력된 것을 꺼내 쓰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창의성의 발현이다.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는 행운의 사나이가 아니라 고도의 경지에 이른 수학자였으며 성실한 물리학자였음이 틀림없다.
창의력은 사전적으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과 힘’을 의미한다. 그러나 창의력은 기존 사고와 사물을 재구성(재해석)하고 결합(융합)함으로써도 생성된다. 이를테면 * OO라는 발상을 한다. (테제: 명제) * OO의 정반대인 XX라는 발상을 한다. (안티테제: 명제에 대한 부정) * XX와 OO를 결합한 제3의 발상을 도출한다. (진테제: 그 부정에 대한 부정). 이는 헤겔(Hegel)이 제시한 변증법적 논리와 사고를 재구성해 창의적인 발상의 길로 접어드는 방법의 하나다.
스노(Snow)는 “두 주제, 두 규율, 두 문화가 충돌하는 지점은 반드시 창조의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창의성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창의력은 단지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Creativity is just connection things)”이라고 말했다. 아이폰도 어쩌면 그저(just) 전화와 컴퓨터, 오디오, 카메라를 연결한 결과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잡스는 커넥터로서 무엇을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에 집중했고, 연결고리를 찾는 지난한 사고의 전복과정을 통해 끝내 결과물을 완성해냈다.
이렇듯 창의는 작은 직감이 충돌하여 더 큰 의미를 형성하며 나타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의 진화와 함께 끊임없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니체(Nietzsche)는 “모든 위대한 예술가와 사상가는 위대한 노동자들이다(All Great artist and thinkers are Great workers).”라고 말했다. 창의성이 열정과 성실성에서 비롯됨을 설파한 것이다.
위대한 천재들은 또한 위대한 실패자이기도 하다. 베토벤은 수백 곡을 만든 후에야 몇 곡의 명곡을 만들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77㎝×53㎝ 크기의 모나리자를 그리는 데 16년이 걸렸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위해 60여년의 세월을 바쳤다. 그들은 더 많은 결과물, 더 오랜 시간이 오리지널스(Originals)가 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을 간파한 천재들이었다. 몇 안 되는 창의적 산물을 위해서 나쁜 아이디어와 쓸모없는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신의 창조와 달리 인간의 창의는 태양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과 무엇을 연결하는 일이다. 현존하되 떨어져 있는 두 대상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연결고리의 결합은 열정과 성실성에 의해서만 담보된다. 절실함은 약속시간을 좀 더 단축시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강석원 한신대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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