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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 유현수 셰프, "한식, 쉽게 접근해야"

입력 : 2017-08-28 17:05:51 수정 : 2017-08-28 1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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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조리법 다양하고 변형 적어 매력적
"전통 통해서 한식 계승"…후배들에게 "직접 재료 접하고 요리해봐라"

"한국사람들이 오히려 한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식이 다가가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이라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유현수 두레유 오너 셰프는 지난 24일 서울 충무로 샘표 본사에서 열린 우리맛 연구 특강에서 "우리가 즐기며 접할 수 있어야 한식이 발전할 수 있다"며 한식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유 셰프는 지난해 미슐랭가이드 서울편에서 '이십사절기'로 별 1개를 수상했다. 샘표 우리맛연구가 주최한 이번 강연에는 조리학 전공자들과 업계 종사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한식을 대하는 유 셰프의 지론은 확고하다. 한식은 결코 어려운 조리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는 "한식이라고 하면 흔히 한복을 입고 정갈하게 만들어내야 하는 음식이라는 편견이 강하다"고 아쉬워했다. 자신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서는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보다 쉽게 대중들에게 한식을 소개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유현수 두레유 세프(사진)가 자신의 한식에 대한 철학을 소개하는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샘표

한식의 대표적인 스타일 중 하나인 한정식에 대해선 "요즘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준다"고 전했다. 유 셰프는 "외국인들이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엔 한정식을 신기해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또는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고 이들의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한정식은 다소 헤비하다(무겁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들 역시 한정식은 다 먹기에 부담스럽고, 이 때문에 음식물의 낭비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유 셰프가 한식 파인다이닝을 지향하는 점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인을 향한 한식 파인다이닝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정교한 플레이팅(담음새) 역시 한식이 어렵다는 느낌을 줄까봐 가급적 지양한다. 그는 "때론 재료를 툭툭 올리는 방식이 음식을 접하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말한다.

최근 '웰빙푸드'로 각광받는 사찰음식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유 셰프는 과거 1년 여 간 절에서 생활하며 사찰음식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타 요리법에 비해 변형이 적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나물마다 다듬는 법이나 맛을 내는 방법이 다르고, 단순해 보이면서도 조리법이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단순히 레시피를 바탕으로 접근한다고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레스토랑 운영 측면에서는, 한국에서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을 겨냥해 채소전문점을 여는 건 지금으로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도시와 달리 베지테리언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유 셰프는 "한국처럼 채소를 다양하게 조리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계절마다 맛을 내는 포인트가 각기 다른 점도 한식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간장, 와송(瓦松) 및 갓 물김치로 구성된 스타터(전채요리)(왼쪽)와 화로에서 구운 고기를 액화질소에 담는 요리법(오른쪽). 사진=오현승 기자

유 셰프는 한식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전통레시피 연구를 꼽았다. 그가 옛 조리서와 풍속화를 살펴보는 것도 선조들의 음식을 재해석하기 위해서다. '설야멱적(雪夜覓炙)'은 대표적인 예. 말 그대로 '눈 내리는 밤에 고기를 굽는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유 셰프는 "옛 풍속화에서 접할 수 있듯 우리 선조들은 소고기를 화로에 굽고 이를 차가운 눈에 적시는 과정을 두 세 번 반복하는 식으로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를 즐겼다"며 "이러한 옛 방식에서 착안해, 놋화로에서 구운 고기를 눈 대신 액화질소에 넣는 방식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번 옛 방식에서 새로운 조리법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때론 온고지신의 자세는 의미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 셰프는 이날 강연장을 찾은 '미래의 셰프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요즘엔 어떤 요리사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한식, 양식, 중식 등의 구분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으니 이 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힘줘말했다. 이어 "인터넷을 통해 여러 식재료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시장을 돌면서 다양한 재료를 접하고 직접 요리해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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