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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27) 민간용 무인기의 탄생-1998년 대서양 횡단 첫성공으로 새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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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6 10:00:00 수정 : 2023-11-12 20: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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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타지 않는 항공기에는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종이 비행기나 고무 동력기와 같은 모형 비행기도 있다. 실제로 모형 항공기를  무인기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정의하는 민간용 무인 항공기는 직접 탑승하지 않더라도 원격 조종자가 1대당 1명씩 있어야 한다. 사람의 손을 떠난 뒤에는 통제가 안 되는 자유비행 또는 자율비행 항공기는 무인기의 범주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대서양을 횡단한 소형 무인기, 민간용 무인기 시대를 열다

1998년 8월21일 스코틀랜드 북서쪽 해안에 모형 항공기 크기의 하얀 비행기가 밤을 새우며 애타게 기다리던 몇몇 이들의 감동적인 환호를 받으며 착륙했다. 대서양 건너편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벨섬에서 이륙하여 26시간 45분 동안 날아온 ‘라이마’(Laima·라트비아 행운의 여신 이름에서 따왔다고 함)라는 이름을 가진 무인기였다. 당시까지 흔히 보이던 아주 값비싼 군사용 무인 항공기도 아직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 부품과 모형 항공기용 자재들을 이용해 12㎏밖에 안 되는 작은 무인기가 달성한 첫 대서양 횡단이었다. 그렇기에 1927년 찰스 린드버그의 첫 대서양 횡단 단독비행에 견줄만한 엄청난 뉴스가 되었다. 바야흐로 무인기 대중화 가능성의 문이 열린 것이다.

시스템 이름 ‘에어로존데’(또는 에어로산드·Aerosonde)로 개발된 이 소형 무인기는 원래 관측소가 없는 큰 바다 상공의 기상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기획됐다. 전 지구의 기상현상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서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호주와 미국 기상청이 협력해 1991년 이 아이디어를 채택했지만 기상 센서를 탑재한 소형 무인기를 개발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단순히 항공기 시스템만 개발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기상청)의 비용 경제성, 무인 항공기를 날리기 위한 절차와 방법, 항공법규의 개척 등 사실상 민간용 무인 항공기를 실용화하는데 필요한 모든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당히 도전적인 사업이었다고 한다.

 

대서양을 처음 횡단한 무인 항공기 ‘에어로존데 라이마’(Aerosunde Laima)(왼쪽 사진)와 비행 궤적. 출처=www.aerosonde.com

◆군사용 무인기 기술의 민간 활용

 

대서양을 횡단한 에어로존데 이전에도 군사용이 아닌 무인 항공기의 연구·개발(R&D)은 있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970년대에 초음속 제트 여객기 연구에 힘을 썼다. 이 여객기가 날게 될 높은 고도인 7만피트까지 대기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무인기 ‘미니스니퍼’(Mini-Sniffer) 개발과 운용을 시작했다. 80년대에는 고고도에서 장기 체공을 하며 대기자료 수집과 지구과학 연구를 하는 무인기 ‘페르세우스’(Perseus)가 있었고, 90년대 들어 대표적인 R&D 사업은 ‘ERAST’ 프로그램이었다. ERAST는 환경 연구 항공기 및 센서 기술을 뜻하는 영문 ‘Environmental Research Aircraft and Sensor Technology’의 머리글자를 딴 것인데, 당시 지구환경 연구의 하나로 남극지방 오존층을 관측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6만~10만피트에 이르는 고고도 대기 환경을 관측할 무인 항공기와 감지기, 영상처리 기술을 개발·적용하는 연구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나사 산하의 여러 연구소가 산업체와 손잡고 일을 했는데, 참여한 회사 중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와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 등은 현재도 미국의 대표적인 무인 항공기 업체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ERAST’ 사업에 참여한 무인기들. 왼쪽부터 '헬리오스'(Helios), '알타이르'(Altair), 유·무인 검용기 '프로테우스'(Proteus). 출처=나사 암스트롱 비행연구센터

ERAST 프로그램을 통해 고고도에서 장기 체공할 수 있도록 태양전지와 연료전지를 이용한 무인 항공기인 ‘헬리오스’(Helios)와 ‘센츄리온’(Centurion), ‘패스파인더’(Pathfinder)가 개발됐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들도 개발됐다. 이들 무인기의 임무는 대기·지구과학과 센서, 영상처리 연구 등인 만큼 군사적 용도가 아니었다. 소형 무인기가 대서양을 횡단하게 되던 90년대 말까지는 민수 연구용 무인기의 규모는 군사용과 다를 바 없었고, 일반 대중과 무인 항공기는 아득히 멀어 보였다.

 

이런 가운데 에어로존데의 대서양 횡단은 대형 방위산업체 규모가 아니면 감히 범접하기 힘들다고 평가되던 무인 항공기라는 거대한 괴물을 대중이 친밀감을 느낄 만한 애완동물 수준으로 가까이 당겨왔다. 그 시대적 배경에는 80년대 대중화되기 시작한 개인용 컴퓨터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센서류의 발전이 있었다. 이들 기기의 크기는 점점 작아졌고 성능은 나날이 향상됐으며 가격은 점점 싸지게 되었던 기술적 환경의 변화가 무인기의 발전에도 바로 적용된 것이다.

 

◆모형 헬리콥터를 이용한 민수용 무인기

 

80년대 들어 일반인의 취미 활동용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던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의 기술을 발전시켜 업무용으로 개발·활용하는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무선조종 헬리콥터와 비행선이었다. 이런 흐름은 공교롭게도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 기술의 강국이었던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야마하는 83년에 농림수산성의 요청으로 농업용 무인 헬리콥터를 개발하게 되었는데, 87년 완성된 모델이 20㎏의 짐을 실을 수 있는 ‘R50’이었다. 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이어 성능을 높인 개량형 모델은 물론이고 GPS(위성항법장치)와 자동비행 장치를 장착한 완전한 무인 헬리콥터로까지 발전하여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부터 산업체에서 농업용 무인 헬리콥터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 출시되어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무인 헬리콥터는 파종과 농약 살포 이외에도 항공 촬영을 하는 용도로도 많이 쓰였다. 대형 무선조종 헬리콥터에 방송이나 영화 촬영용 카메라를 장착하는 항공촬영 사업들도 나왔다. 국내를 대표하는 회사로 2000년 설립된 ㈜헬리캠이 있는데, 무인 항공촬영이라는 사업영역을 개척해 ‘헬리캠’이라는 신조어가 대중화되기도 했다.

 

무인 헬리콥터가 개발되던 같은 시기에 헬륨 가스의 부력을 이용한 무선조종 비행선도 등장했다. 선체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공중 광고용 사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985년 한국기계연구소 항공기계실 연구팀이 8m 길이의 무인 비행선을 개발한 바 있고, 80년대 후반에는 관련 광고회사가 여럿 생겨나기도 했다.

 

농업용 무인 헬리콥터나 무인 비행선은 모두 기술적인 면에서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가 대형화된 형태였다. 무선 조종기를 손에 든 조종자의 시야 범위 내에서 비행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을 가진 것이다. 게다가 이 당시는 국제적으로도 민간 항공기 분야에서 무인 항공기의 존재는 관심을 받지 못하였던 시절이었다.

 

무인비행 장치에 관한 법령이 정비된 현재의 국내 항공법에 의하면 연료를 제외한 자체중량 150㎏ 이하인 무인 비행기와 회전익기, 길이 20m 및 자체중량 180㎏ 이하인 무인 비행선은 초경량 비행장치 중 무인비행 장치로 분류하고, 조종자의 자격증 제도도 시행 중에 있다. 이런 분류와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대중화된 ‘드론’이 등장하게 된다.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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