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체질소는 식품을 급속 냉동해주는 천연첨가물로 커피,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찬맛을 더해줘 시중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위의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든 ‘질소 과자’는 맛과 효과는 같지만 위험성 여부는 큰 차이가 난다. 담갔다가 꺼낼 때 액체질소는 식품을 얼리는 작용만 하지만 과자 용기에 들이붓게 되면 액체질소 일부가 용기 바닥에 남아 이를 직접 섭취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중 업체들이 액체질소를 들이붓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당국의 취급 기준과 관리감독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청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A(12)군은 지난 1일 천안지역의 한 워터파크에서 판매하는 질소 과자를 먹은 뒤 쓰러졌다. 위에 구멍이 뚫려 봉합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다. 의료진은 A군이 용기 바닥에 남은 과자를 먹으려다 액체 질소를 마셨을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업체는 용기에 과자를 넣고 액체질소를 들이붓는 방식으로 제조했다. 액체 질소는 인체에 닿으면 저온 화상을 일으키는 물질로 직접 섭취 시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업체가 이 같은 방식으로 과자를 제조·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기 밑바닥의 액체를 마시면 안 된다”고 구두로 주의를 주거나 사업장에 주의사항을 붙여놓고 있을 뿐이다. 섭취 시 치명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제공하고선 “먹으면 안 된다”고 경고만 하는 셈이다.
질소 과자는 입과 코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시각적 효과 때문에 어린이들이 먹는 경우가 많다. A군의 사례처럼 아이들이 밑바닥의 과자를 먹기 위해 용기를 들어 입에 넣거나 호기심에 액체질소를 섭취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액체질소의 취급 기준·가이드라인과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과학교실’ 등에서는 액체질소에 과자를 담갔다가 빼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액체질소는 과자를 얼리기만 할 뿐 사물에 묻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이 방식을 이용하면 용기에 액체질소가 남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중업체들은 액체질소의 보관·보존이 더 용이하다는 이유로 용기에 질소를 주입하는 위험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A군의 사례가 알려진 뒤에야 해당 지자체와 식약처는 대응 마련에 나섰다. 현재 질소의 함량, 순도 등에 대한 안전 기준은 있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취급 기준’은 전혀 없는 상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액체질소는 직접 마시지 않는 한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원료라 이번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액체질소를 직접 섭취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접객업소에서의 취급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위반 시 행정처분하는 등의 방안에 대해 현재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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