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곳곳에 깨진 소주병 조각 / 눈에도 잘 띄지도 않고, 아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 / 평지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널려 있어 / 바위틈이나 나무 밑에는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검게 그을린 석쇠 / 경고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지만 무용지물 / 피서객들이 떠난 자리엔 어김없이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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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깨진 소주병 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소주병 녹색인 탓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물놀이를 즐긴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
“여기 보세요. 쓰레기 악취에 머리가 아파요. 평지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널려 있어요. 더 걱정인 것은 곳곳에 깨진 소주병 조각이 있어요. 눈에도 잘 띄지도 않고, 아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이에요.”
장마가 주춤한 사이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폭염을 피해 산간 계곡을 찾아서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들이 늘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가평군 용추계곡. 용추계곡은 맑은 계곡물이 흘러 가족 단위 피서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용추계곡은 일부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피서객들은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신 뒤에 뒤처리하지 않고 그냥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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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에는 테이크아웃 컵, 페트병 생수 등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들이 버려져 있다.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
곳곳에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부터 불판까지 계곡을 찾은 피서객에게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기 충분했다. 바위틈이나 나무 밑에는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검게 그을린 석쇠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현장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먹다 남은 맥주 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담배꽁초, 돗자리 소주병, 플라스틱 물통, 나무젓가락 등 다양하다. 피서객들이 떠난 자리엔 어김없이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와 먹다 남은 김치 찌꺼기가 남겨져 있었다.
아이스박스로 사용된 스티로폼 상자에는 빗물과 함께 고여 있고 먹다 남은 음식물까지 담긴 상태로 버려져 있었다. 라면 봉지와 맥주 캔은 물론, 깨진 소주병, 쓰레기까지 버려져 있어 벌레가 들끓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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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에는 '이곳 연인산은 취사, 야영, 낚시가 금지된 도립공원입니다' 라며 큼지막한 경고 현수막 걸려있다. |
‘이곳 연인산은 취사, 야영, 낚시가 금지된 도립공원입니다’라며 큼지막한 현수막까지 걸어뒀지만, 피서객들은 오히려 보란 듯이 현수막 바로 밑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은 피서객은 계곡 입구부터 버려진 쓰레기로 코를 막고 비켜 갔다. 계곡 곳곳에는 쓰레기 투기와 불법 야영을 금지해 달라는 경고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지만 무용지물. 경고문 바로 아래 각종 소주병과 버려진 오물들이 뒤섞여 악취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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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
계곡을 찾은 한 피서객은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찾았지만,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지저분하고, 보기에도 안 좋다.”며 “풀숲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곳곳에 저렇게 쓰레기가 막 버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계곡 가까이 갈수록 깨진 소주병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깨진 소주병 조각이 녹색인 탓에 계곡 물 속이나 풀숲에 널브러져 있어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문제는 소주병 조각이 날카롭다는 것. 물놀이를 즐긴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나무 밑 평지에는 햇빛에 가려 깨진 유리병 조각이 조각난 돌과 구별이 잘 되지 않아 실수로 밟을 수도 있다. 환경미화원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아 깨진 소주병 조각까지는 쉽게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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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깨진 소주병 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소주병 녹색인 탓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물놀이를 즐긴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
용추계곡을 찾은 한 피서객은 “어릴 적 병 조각에 찔린 적도 있다. 깨진 소주병을 볼 때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며 “소주병을 볼 때마다 내 아이가 찔릴까 봐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변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정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재활용품 분류는커녕 종량제 봉투도 찾아볼 수 없다. 분리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등이 마구 뒤섞여 곳곳에 버려져 한눈에 봐도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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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여 있다. 버려진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
가평군 한 관계자는 “청소 차량 운행 횟수를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너무 많아 빨리 못 치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휴가철마다 환경미화원들이 근무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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