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탈원전 구상은 최근 형성된 것이 아니다. 2012년 상반기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원전) 비율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고문이었던 문 대통령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은 중단해야 하며 원전의 추가 건설에 반대한다.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에너지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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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청와대사진기자단 |
문 대통령은 이후 2012년 18대 대선 공약으로 이번 대선 공약과 거의 동일한 ‘2060년 탈핵’ 공약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탈핵 정책 구상에 대해 대선 전 펴낸 대담집에서 “우선 원전 추가 건설을 중지하고 설계수명이 완료된 원전부터 차례로 문을 닫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원전이 끝나는 시점이 거의 2060년 정도다. 이 기간 동안 다른 대체 에너지 개발이 가능하다. 세계 다른 나라도 탈원전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재차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이) 공약이었지만 밀어붙이지 않고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합리적 선택을 내렸다. 공론조사를 통해 가부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하며,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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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중단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앞으로 60여년간 (원전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며 “석탄에너지를 줄이고 LNG 발전을 더 늘려야 하지만, 전기 요금이 크게 높아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 수급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월성 1호기도 중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문 대통령 임기 내 건설·가동 중단이 결정될 수 있는 원전은 최대 5기다. 이 중 고리 1호기는 이미 지난 6월 가동이 중단됐다. 또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일시 중단시킨 상태에서 10월까지 공론화위원회에서 재개냐 영구 중단이냐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외에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는 월성 1호기와 고리 2호기가 계속 가동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성준 기자, 세종=정지혜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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