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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에게 ‘기차’라는 단어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학창시절 즐거운 수학여행과 MT, 피 끓는 청춘의 눈물겨운 입영이 다 기차로 연결된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차창 밖 풍경을 오롯이 느끼며 정거장마다 멈춰서는 완행열차는 여행의 정취를 한껏 높이는 윤활유였다. 한국인의 정서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열차는 ‘대전블루스’, ‘남행열차’,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유행가의 단골 소재였다.

우리나라 첫 기차는 1899년 개통한 노량진∼제물포 33.2㎞ 구간을 달렸다. 이후 경부선, 호남선, 경원선 등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철도 역사가 시작됐다. 버스 말고는 장거리 여행을 엄두조차 못 내던 시절 기차는 여행 문화를 뿌리 내리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차가 지나는 역사 주변 바닷가나 사찰, 고적, 명산 등에 사람이 밀려들면서 지역 상권까지 바꿀 정도였다. 산이 많고 바다·하천이 발달한 국내에서 열차는 물류체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산업화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철도의 고속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1964년 일본에서 시속 210㎞의 세계 최초 고속철도인 신칸센(新幹線)이 탄생하면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고속철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국내 고속철도의 역사는 일천하다. 1992년 6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에 뛰어들었다. 기술이 없다 보니 1994년 프랑스 고속차량 제작 업체인 알스톰(Alstom)과 300㎞/h급 고속차량 도입 및 기술 이전 계약을 했다. 하지만 알스톰이 제3국으로의 제작 기술 이전을 꺼리면서 한국형 고속차량 개발 필요성이 대두됐다.

1996년 현대로템을 포함한 70여개 산·학·연이 참여한 ‘350㎞/h급 한국형 고속차량 HSR-350X(G7)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기반으로 2008년 첫 국산 양산형 고속차량인 ‘KTX-산천’을 개발, 세계 4번째 고속차량 국산화 국가로 발돋움했다. 2019년 ‘KTX-이음’으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기술 보유국 대열에도 올랐다. K고속철이 국산화 착수 30년 만에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에 차량을 공급한다고 한다. 이번 쾌거가 K고속철 르네상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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