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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의 엑스트라이닝] 메이저처럼 아름다운 퇴장을… 이승엽 ‘은퇴투어’ 활성화해야

입력 : 2017-07-17 21:09:04 수정 : 2017-07-17 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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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李, 큰 행사 안 원하지만 / 후배들에 이정표… 팬들도 관심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 ‘은퇴 투어’라는 새 문화가 생겼다. 은퇴를 앞둔 스타가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구장에서 그를 위한 이벤트를 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2년 치퍼 존스(45·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시초가 됐고,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48)와 2014년 데릭 지터(43) 등 뉴욕 양키스 거물들이 은퇴 투어를 가졌다. 지난해에는 데이비드 오티스(42·보스턴 레드삭스)가 은퇴 투어를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래도 몇몇 구단들은 특별한 선물로 스타의 퇴장을 잊지 않았다. 

이승엽이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 유니폼 헌정 행사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퇴 투어도 조건이 맞아야 성사된다. 해당 선수가 리그 전체가 나설 만큼 대단한 업적을 남겨야 하고, 원정팀 관중들도 박수를 보낼 만큼 ‘전국구 스타’여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수가 일찌감치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KBO리그에서 지금까지 ‘은퇴 투어’를 볼 수 없었던 것은 마지막 조건, 즉 은퇴를 예고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도 양준혁, 이종범, 이병규 등 대스타들이 은퇴하며 영구결번의 영광을 안았지만 전국적인 행사를 가질 수 없었던 이유다. 양준혁은 시즌 도중 은퇴를 선언했고, 이종범은 시즌 개막 직전 은퇴해 고별경기를 가질 수 없었다. 이병규는 비시즌 기간 은퇴가 결정됐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은퇴 투어’의 대상자가 나왔다. 바로 이승엽(41·삼성)이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친다고 선언해 팬들이 온전히 그의 마지막을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

한국에서 드문 은퇴 예고로 KBO는 이승엽을 위한 은퇴 투어를 준비할 여유가 생겼고 10개 구단과 논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각 구단들이 ‘은퇴 투어’ 준비를 조심스러워 한다는 말들이 들린다. 가장 큰 이유는 이승엽이 큰 행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시즌 소속팀 성적도 나쁜 데다 최근 심판과 구단 관계자의 돈거래 사건이나 음주운전 등 프로야구계의 상황도 좋지 않은 것 등이 이승엽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 알려졌다.

평소 겸손함이 몸에 밴 이승엽이기에 이런 태도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국민 타자’와 제대로 인사하고 싶은 것이 많은 팬들의 소망이다. 그가 국민들을 기쁘게 한 만큼 보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일단 이번 올스타전에서 두 아들과 함께 시구와 시타를 한 것이 출발이었다. 이승엽의 아름다운 퇴장은 후배들에게도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승엽이 잠시 겸손의 미덕은 접어두고 ‘은퇴 투어’를 맘껏 즐겨야 팬들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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