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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사건 진실을 말했던 박창진 사무장은 "입사 21년차임에도 신임 승무원과 같은 일에 배정돼 왕따가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
박 전 사무장은 병가 등 1년 3개월여 휴직한 뒤 지난해 4월 승무원 자리로 돌아 왔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자리는 사무장이 아닌 일반 승무원. 그 것도 입사 1~3년 차 신입 승무원들에게 배정되는 이코노믹 구역을 담당토록 했다.
입사 21년차인 박 전 사무장은 지난 13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좌석, 화장실을 청소하고 현장 일을 한다"며 "회사에 복직했다지만 제 자리(사무장)를 강탈당했고 동료의 멸시를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따가 뭔지 확실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사무장은 "자존감, 동료의 멸시를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고 매일 고민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그렇지만 "10년(아래) 더 되는 후배 지시를 받고 일하는데 자존심 상한다고 내팽개치는 순간 제 생존권을 강탈당하는 것이다"며 매일 넥타이를 고쳐매고 자리에 다시 서는 이유를 솔직히 털어 놓았다.
더불어 "미약한 개인이지만 권력과의 투쟁에서 정도를 걸었을 때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 그게 맞는 사회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저 다음에 똑같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고 싶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팀장(사무장)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큰 명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 만 제 자리를 온전히 찾아내는 것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거 같다"고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샜다. .
대한항공 측이 박 전 사무장을 이코노믹 구역에 배치한 표면적 이유는 팀장(사무장) 직책을 맡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인 방송A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사무장은 "제가 꽤 영어를 잘 하는 편인데, 그걸로 계속 (승무원 자격시험 중 하나인 영어방송 자격을) 탈락시키고 있다. L과 R 발음이 안 된다는 식이다"며 "20년 동안 영어 능력을 최상위로 유지해서 사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볼 땐 핑곗거리 같다"고 씁쓸해 했다.
박 전 사무장은 복직후 5차례 방송A 자격시험에 탈락했다.
땅콩 회항 사건 전인 2013년 박 사무장은 사내 영어방송시험의 '방송자격 A'보다 등급이 더 높은 '영어방송자격(영 WT3)'까지 획득한 실력자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KBS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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