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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멀쩡한 실험동물도 안락사… 내가 콜리를 입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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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위해 희생된 실험동물… 무조건 안락사 시켜선 안돼죠” / ‘실험·실습 후 회복 동물’ 법보호 사각지대
“콜리는 저의 실습견이었어요. 실습 전후로 밥 주고, 놀아주고 하다보니 정이 들고 차츰 불쌍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콜리가 받은 처치는 중성화 수술이었고, 실습 후 정상적인 활동에 지장을 주는 수술도 아니어서 입양하게 됐죠.”

현재 질병생태 연구원으로 일하는 황예은(가명 ·여)씨는 대학 수의과 본과 3학년 때 만난 실험견 콜리를 입양했다.

당시 학생 2명당 외과 실습견 한 마리가 배정됐는데 콜리는 우울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었다. 황씨는 “아마도 실험실에 들어오기 전 콜리가 이미 안락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던 게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콜리는 오히려 실습이 끝나고 처치를 하면서 조금씩 밝아졌다. 사람과도 친해지고 황씨에게 점점 의지하는 콜리를 보며 그는 입양을 결심했다.

황씨는 “수의대 학생들은 대부분 동물을 좋아해서 들어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물 실습·실험을 할 때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내가 콜리를 입양하지 않으면 몇 번 더 실습에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걱정돼 입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에 쓰인 동물은 287만9000마리에 이른다. 2015년 250만7000마리보다 14.8% 늘었다. 인간을 위해 실험에 동원된 동물들은 대부분 안락사를 맞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실험이 끝난 후 동물이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을 경우 가능하면 빨리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씨의 실험견 콜리처럼 실험·실습이 해당 동물이나 사람에게 위해를 주지 않는 동물의 처리는 사각지대에 있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대부분 안락사를 하지만 연구자들은 멀쩡한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점에서 심적 고통을 겪는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실험동물 복지 개선을 위한 토론회 ‘비글에게 자유를 허하라’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비글은 실험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이다. 앞서 기 의원은 지난 4월 정상적으로 회복된 동물을 분양·기증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 박재학 교수(실험동물의학)는 4년 전 개의 포도독성 실험을 진행했다. 포도나 건포도가 개에게 독성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글에게 과량의 건포도를 먹였다. 실험견은 아무런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고 혈액·장기 변화 검사도 모두 정상이었다.

비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박 교수는 고민에 빠졌다. 안락사를 시키자니 개에게 미안하고 분양하자니 향후 박 교수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고민 끝에 박 교수는 실험실 홈페이지와 동물보호단체에 분양 공고를 냈다. 그리고 개의 건강과 돌봄 상태를 추적한다는 단서를 달아 입양보냈다.

그는 “감염성 실험에 쓰인 동물은 어쩔 수 없겠지만, 건강상 전혀 문제가 없거나 실험 자체가 취소돼 멀쩡한 동물까지도 특별한 처리 규정이 없어 안락사시키는 것은 문제”라며 “실험동물 입양을 법제화해 윤리적 문제와 양도에 따른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4년 미네소타주를 시작으로 5개 주에서 실험 후 회복된 개와 고양이를 가정에 분양할 것을 의무화했고, 일리노이주 등 9개 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연합도 동물의 건강이 양호하고, 공중보건·환경에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경우 가정이나 사육기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실험기관과 민간단체, 정부, 지역사회, 수의사단체 등이 협력해 정상회복한 실험동물의 입양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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