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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슈퍼우먼' 강요하는 대한민국

입력 : 2017-06-12 05:00:00 수정 : 2017-06-11 15: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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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니까 희생 감수하라고?"
최근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시행되고, 육아휴직 사용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국내 출산 및 양육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출산이 여전한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뿌리깊은 여성 차별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아이 양육은 여성의 몫인 현실이 저출산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인데요. 이는 달리 말하면, 성평등 수준이 높아져야 출산율 역시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국내 상당수 20~30대 여성들은 집안일과 양육을 떠안을 경우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당연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렵게 취업문턱을 넘어 질 좋은 일자리를 얻더라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경우 제대로 된 경력관리를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여전히 남성들에게 육아는 부차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모두 잘 해내는 이른바 '슈퍼우먼'을 강요하는 사회에선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성평등한 사회를 조성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직장 여성들이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4살과 2살배기 자녀를 둔 한 워킹맘 김모(38)씨는 최근 어렵게 짬을 내 한 상담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일과 양육을 병행하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지는 경우가 잦고, 자녀에게도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업무·육아 병행…'워킹맘=슈퍼우먼'?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가 2015년에 무료로 시작한 상담사업에도 참여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에서 1509명이 집단·개별 상담을 592차례 받았다.

지난해 1∼11월에는 5311명을 상대로 상담이 2299차례 이뤄졌다.

이 기간 상담유형을 보면 양육 방법과 영·유아 발달사항 문의가 각각 1562건, 1413건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양육 스트레스 등 심리문제(309건)와 육아 중 발생한 가족간 마찰·불화에 관한 내용(62건)도 적지 않았다.

센터 측은 "상담을 받은 사람은 98% 이상이 엄마이고, 간혹 할머니나 아빠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개 '독박 육아'(혼자 육아를 맡는 것)로 쌓인 신체·정신적 스트레스 탓에 "아이에게 자주 화가 나고, 때때로 감정을 과도하게 표현한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던 대가족 시절과 달리 요즘은 주 양육자, 대개 엄마 혼자만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요즘 엄마들 중에서는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엄마가 스트레스 받으며 양육, 아이와 남편에게 악영향 끼치는 악순환 이어져

이런 스트레스가 아이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경기 수원시의회 연구단체가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2015년 아동 학대로 판정된 248건의 학대 유발 요인을 살펴본 결과, 13.4%가 스트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부적절한 양육 태도(21.9%) △양육 지식·기술 부족(16.5%) △부부 및 가족 갈등(10.8%) 등도 있었다.

전엔 여성의 역할이 살림과 육아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다양화됐음에도 육아를 여성의 책임과 역할로만 여기는 과거의 인식이 남아 있는 게 육아 스트레스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양육을 하면 그 스트레스가 어떻게든 드러나 아이에게도, 남편 등 다른 구성원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정 내 구성원끼리 양육 부담을 공평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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