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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취업 못해 서러운데… 취준생은 알바도 ‘문전박대’

입력 : 2017-06-05 20:38:52 수정 : 2017-06-05 20: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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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그만두고 빠지는 날 많아”… 채용 기피 ‘이중고’/오래 일할수 있는 주부·휴학생들 선호/ 결국 건설일용직 등 단기알바 몰려/ 지난 1월 기준 취준생 69만2000명/ 경쟁 갈수록 치열… 악순환 ‘굴레’/“연차는 법적권리… 인식 강화돼야”
“거듭된 취업 실패로 안 그래도 힘든데 취업준비생이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렵네요. 언제쯤 제 삶은 좀 풀릴까요”

취업준비생 최모(28·여)씨의 푸념이다. 최씨는 2년 전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간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으며 취업준비를 했지만, 더 이상 손을 벌리기 힘들어 최근 알바로 생활비와 학원비, 자격증 응시비용 등을 충당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취준생이라는 신분으로는 알바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최씨는 “집 근처 편의점이나 식당의 알바 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취업준비생이라고 하자 ‘그럼 오래 일하지는 못하겠네? 우리는 최소 6개월 이상은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알바생을 찾는다”며 채용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취업준비생은 69만2000명. 종전 최대치인 68만1000명(2010년 3월)을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해 1월(60만9000명)과 비교하면 8만3000명이나 늘었다. 돈을 벌지 않고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인 ‘갓수’(god+백수)는 극히 일부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알바로 생활비나 용돈을 충당하며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알바를 구하기 쉽지 않다. 매년 취업준비생은 점점 늘어나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알바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 되는 셈이다.

알바를 채용하는 업주들도 취준생 채용을 기피하는 이유는 있다. 경기도 수원 인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박모(46)씨는 “업주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이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취준생들은 금방 그만두기도 하고, 입사 필기시험이다 면접이다 해서 빠지는 날이 많다”면서 “그래서 오래 일 할 수 있는 주부나 20대 초반의 휴학생 등을 주로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준생들은 ‘단기 알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단기 알바는 적어도 일하는 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준생 4년차 김모(31)씨도 “취업준비를 하면서 주중에도 일정한 시간을 내서 알바를 할 수 있는 자리는 구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이삿짐센터나 대형 마트 특가판매, 웨딩홀 서빙 등 주말 단기 알바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주말 알바 자리를 위해 수도권 일대는 안 다녀본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위 ‘노가다’라 불리는 건설 일용직도 위기에 내몰린 취준생들이 선택하는 단기 알바 자리다. 건설 일용직은 몸이 고되긴 하지만, 하루 10만원 이상의 고임금인데다 짧은 시간 안에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기초안전보건교육원에서 4시간짜리 수업을 듣고 이수증을 받아야 가능하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 교육을 이수한 20대는 2013년 3만4561명에서 2016년 10만839명으로 3배나 늘었다.

알바 시장에서 취준생들이 배척되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역시 법적인 근거다. 근로기준법상 5명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알바 등 모든 근로자에게 법적으로 연차가 주어진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지만, 업주들이 ‘알바는 그런 권리 없다’고 하거나 법조항 자체를 잘 모르기도 한다. 알바 노동자가 당당하게 연차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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