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5월의 인연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5월14일 당시 변호사이던 그는 헌법재판소 1층 로비로 모여든 수십명의 기자 앞에 섰다. 2개월 심리 끝에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선고한 직후였다. 탄핵심판 내내 대통령 대리인단 간사로 누구보다 분주했던 그는 커다란 두 눈에 그렁그렁 이슬이 맺힌 채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렇듯 문 대통령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노무현’이다. 2004년에는 국회가 탄핵한 노 대통령 변론을 맡아 권좌에 복귀시켰으나 2009년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의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같은 날 김해에서 380㎞가량 떨어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는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 전 대통령에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그저 구금의 나날일 뿐이다. 정확히 8년 간극을 두고 두 전직 대통령을 덮친 가혹한 운명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재판 이튿날인 24일은 10·26 사건을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37주기 기일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라 할 김재규는 사건 7개월 만인 1980년 5월24일 서울구치소 내 사형장에서 교수형이 집행됐다. 그때와 위치는 달라졌으나 지금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곳도 서울구치소다. 10.58㎡(약 3.2평) 넓이 독방 안에서 그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