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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인간 노무현’

입력 : 2017-05-18 20:57:40 수정 : 2017-05-23 13: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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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참여경선에서 지지율 2%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골리앗 같은 대세 후보 이인제를 누르고, 대선 후보 1위가 되는 과정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는 도전을 한 노무현을 국민 후보로 만들어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바람’이 이뤄낸 기적의 대역전 드라마를 풀어놓는다. 필앤플랜 제공

이제 다시 보니, 비로소 그가 제대로 보인다. 다큐멘터리지만 단번에 관객의 마음을 앗아갈 만큼 탄탄한 극적 구성이 강점이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국민경선(새천년민주당)에서 2%의 미약한 지지율로 시작해 어떻게 대선후보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되짚는 작품이다.

‘사이에서’(2006) ‘길 위에서’(2013) ‘목숨’(2014)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깊이 있는 연출로 휴먼 다큐멘터리도 ‘재미’와 ‘감동’의 두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음을 입증해온 이창재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던 ‘사람’ 노무현을 소환한다.

다행히 영화는 ‘노빠’나 ‘문빠’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누가 보아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인간의 품성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한때 ‘모든 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했다. 그의 공과를 떠나 왜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에 대한 애도 혹은 추모를 멈추지 않는걸까. 노무현은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콘텐츠는 그가 조세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던 국회의원과 대통령 시절을 지나 서거 8주기를 맞은 현재까지 그 어떤 정치인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전직 대통령(호감도 1위, 48.7%)으로 꼽힌다.

다큐는 어렵게 수집한 당시의 경선 자료 화면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 39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안희정, 유시민, 이광재 등 정치적 동지와 변호사 노무현을 감시했던 이화춘 국가안전기획부 요원, 변호사 시절의 운전기사 노수현씨, 부림사건 고문 피해자 고호석씨, 그리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간 노무현’에 대해 증언한다.

이 감독이 건넨 질문은 크게 네 가지다. 당신에게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가, 그의 무엇이 당신을 움직였나, 왜 그를 잊을 수 없는가, 당신은 그를 만나 어떻게 변했나. 대상자에 따라 2002년 경선 과정에 대한 질문을 추가하거나 노 대통령의 서거를 직면한 순간의 감정에 대해 묻기도 한다.

인터뷰는 노무현의 대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자신과 상대방의 일대일, 맨투맨 관계를 중시했고 ‘나와 당신’이라는 관계맺음에서 출발했다. 이 감독은 마치 관객이 직접 인터뷰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면대면’( Face to Face) 촬영 방식을 선택했다. 흔히 방송에서 사용하는 4분의 1 측면 인터뷰가 아니라 정면에서 카메라를 보고 말하는, 관객과 눈을 맞추는 방식이다. 다소 낯설고 파격적인 스타일이지만, 인터뷰이의 주관성을 더 짙게 만들어 관객에겐 진정 어린 호소력을 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인터뷰이와 보다 내밀하게 교감하는 것이다. 이 감독의 이러한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다. 관객들은 인터뷰이들이 들려주는 노무현과의 일화나 그에 대한 소회를 오롯이 대면하면서 자신이 알았던 노무현을 확인하거나 또는 몰랐던 노무현을 새롭게 만나면서 감정의 확장을 도모하며, 그에 대한 애도의 작은 매듭을 짓게 된다.

대선 후보 때 인터뷰에 응한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고 난 뒤 “제가 이분의 글 쓰는 스타일을 안다”며 입을 뗀다.

“처음부터 이렇게 간결하게 쓰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많은 생각을 글 속에 일단 담았다가 그것을 추려 나가면서 간략하게 만듭니다. ··· 그래서 이 글을 보면 머릿속에 늘 유서를 생각하고 계셨는데 ···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던 겁니다. 제가 유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픔이에요.”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23일은 그의 8주기다. 누구는 ‘언제까지 노무현이냐’고 힐난하고, 또 어떤 이는 ‘아직 노무현이다’라고 항변한다. 다큐 ‘노무현입니다’는 유시민의 말을 빌려 전한다.

“떠나 보내려 한다고 해서 떠나 보내지는 게 아니에요. 떠나 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도가 어느 정도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잡혀질 때, 그때야 비로소 그 애도의 기간이 종료되리라고 봐요.”

영화를 제작한 최낙용 프로듀서는 “제작 당시만 해도 2017년 안에 개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며 “작은 극장이나 유튜브를 떠올렸는데,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세상을 열어준 ‘촛불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 사실을 외부에 숨긴 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제작을 방해할 외부 세력을 경계해 ‘N프로젝트’라는 가제를 사용했다.

시사회 입장할 때 사각통 미용티슈를 나눠준 이유를 알 만하다. 영화는 웃기다가도 곳곳에서 펑펑 울린다.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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