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재판 기록을 인용해 FBI 통역요원 다니엘라 그레네(38)가 2014년 6월 시리아로 건너가 독일 출신 IS 조직원 데니스 쿠스페르트(아랍명 아부 탈하 알알마니)와 결혼한 뒤 미국으로 돌아와 2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CNN과 재판기록에 따르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그레네는 외국어 실력을 인정받아 2011년 FBI에 통역요원으로 채용됐다. 2014년부터 1월부터 디트로이트 지부에서 독일 출신 테러범을 조사하는 역할을 맡은 그는 ‘개인 A’란 이름으로 알려진 쿠스페르트와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홀로 접촉을 시도하다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레네는 미국인 남편이 있었지만 그해 6월 휴가차 독일에 있는 가족들을 보러 간다고 거짓 여행보고서를 제출한 뒤 터키를 거쳐 시리아에 도착해 쿠스페르트와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에서 랩퍼 ‘데소 도그’로 활동하기도 했던 쿠스페르트는 온라인에서 테러범을 모집하는 역할을 담당한 핵심 조직원이라고 CNN은 전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을 찬양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가리켜 목을 긋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레네는 쿠스페르트와 결혼한 직후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후회한 뒤 2014년 8월 미국으로 돌아와 즉각 체포됐고,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지방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그레네가 중형에 처해질 정도의 ‘지독한’(egregious)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기소 때는 그가 수사당국에 협조한 점을 들어 낮은 형을 구형했다. 그린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풀려났다.
IS와 전쟁 중인 미국 핵심 수사기관의 내부직원이 IS에 동조한 것이 밝혀지면서 FBI의 허술한 보안의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존 커비 전 미 국무부 대변인은 “FBI 직원이면서 여성인 그레네가 IS 본부의 허락 없이 시리아에 들어가긴 힘들다”면서 “FBI가 엄청난 곤경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레네가 IS 정보를 수사기관에 전달해 주는 등 협조한 측면이 있지만 검찰이 낮은 형을 구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그레네는 국제테러리즘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로만 기소됐는데, 현재 미국 사법부는 IS에 접근한 것이 확인만 돼도 평균 13년의 징역을 선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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